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4일(현지시간) 예정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할 경우 백악관을 떠나겠다고 언급했다.
선거 결과 뒤집기를 시도했던 경합주에서 속속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통령 선거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이번 추수감사절이 자신이 백악관에서 보내는 마지막 추수감사절이 아니며 선거 결과는 사기라고 주장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26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이 '대통령 선거인단이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하면 백악관을 떠날 것이냐'라고 묻자 "물론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대선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대선은 각 주가 개표 결과를 토대로 선출한 선거인단이 차기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 승자가 최종적으로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소송을 통해 선거인단 투표에서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날 발언에 대해 한 주요 외신은 패배 인정에 가장 가까운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대선이 사기라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선거인단이 바이든을 승자로 인증한다면 실수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도 되풀이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근거 없는 선거 사기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고, WP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임을 언급한 것이라고 평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추수감사절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첫 번째일지 마지막일지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 여부를 묻는 말엔 "결정했지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행보는 상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파병 장병과 화상회의를 하기 전에 골프를 즐긴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델라웨어 자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맞서고 있는 의료진과 화상통화를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CNN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추수감사절 기간 가족 모임을 최소화하자고 거듭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이 집이나 예배 장소에 모여 감사의 기도를 하자고 말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