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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서현(30·가명)는 최근 주3일 재택근무가 곤혹스럽다. 4평(13.2㎡) 남짓한 그의 원룸에는 책상이 없다. 공간이 비좁아 책상이나 식탁은 포기했다. 대신 한 사람이 겨우 앉을수 있는 방바닥에 밥상을 펴고 하루 8시간 가량 좌식근무를 한다. 김씨는 "하루종일 구부리고 앉다보니 허리도 너무 아프고 눈도 금방 피로해진다"면서 "집근처 카페까지 착석이 금지돼 재택근무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라 재택근무가 새로운 업무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청년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원룸 등에서 생활해왔는데, 회사 업무마저 협소한 공간에서 병행하면서 청년층의 주거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38일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달 26일 20~50대 성인남여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20대 90명 중 58.9%(복수응답)가 침실에서 업무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 유경험자 중 침실에서 업무를 했다는 응답자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적어진다. 30대, 40대에서는 각각 전체 31.6%와 27.6%가 침실에서 근무했다고 응답했다.

"직장 상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업무 중간 쉴 수도 있어 너무 좋았어요" 재택근무 초반 '침실 근무'를 반겼던 직장인들은 이제 각종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입사 2년차 직장인 이모(28)씨는 "화상회의를 할 때 침대가 노출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별도 업무 공간을 마련하려면 투룸이나 쓰리룸으로 이사를 가야하지만 월세 압박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2주차에 돌입한 직장인 최모(29)씨도 노트북만 올려놔도 꽉차는 책상 앞에서 일한다. 침대까지 거리는 단 두 걸음. 그는 "침대가 보이면 계속 눕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면서 "처리해야 할 일은 있는데 업무에 집중이 안되고, 하루종일 골방에만 갇혀 있는 것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부동산플랫폼 다방 테이터분석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투ㆍ쓰리룸(전용 60㎡ 이하ㆍ보증금 1000만원 일괄 조정) 월세는 전달보다 10% 상승한 79만원을 기록했다. 원룸(전용면적 33㎡ 이하ㆍ보증금 1000만원 일괄 조정) 월세보다는 33만원가량 높았다. 청년층들이 계속 좁은 원룸을 전전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서 재택근무는 늘어나는데 현재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원룸은 환경이 열악하다"면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는 최저주거기준을 상향해 주거 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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