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들이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경기 파주 용주골에 지적장애 여성들을 불법으로 공급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전남지역에서 살고 있던 피해 여성들은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수백㎞ 거리의 파주 용주골로 팔려가 성매매 피해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29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일당이 지적장애 여성들을 유인해 파주 용주골에 돈을 받고 넘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파악한 피해 여성은 3명이며, 이들은 지난해 4월과 6월, 7월 세 차례에 걸쳐 용주골의 성매매업소로 넘겨졌습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올해초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해 1년 가까이 진행 중입니다.
피의자들은 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의 '보스' 격인 A씨의 지시를 받고, 전남지역에서 노래방 도우미 등으로 일하던 여성들을 꾀어 "돈을 잘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용주골로 데려갔습니다.
보통 남성 3명이 전남지역에서 피해자를 렌터카에 태운 뒤 약 400㎞가 떨어진 파주 용주골로 가 포주에게 넘겼습니다.
이 대가로 피의자들은 소개비로 건당 수백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의자들은 소개비 외에 경비 명목으로도 한 사람당 50만원씩을 챙겼습니다.
정작 업소에 넘겨진 피해 여성들은 이른바 '선불금'을 떠안은 채로 성매매에 시달려야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수사기관에서 검거한 피의자 최소 10여명이 성매매 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다만, 정확한 검거·송치 인원 등은 수사기관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의자들은 성매매 업소에 여성들을 넘기기 위해 '연애 작업'이라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소에 넘길 여성과 먼저 교제를 해 자신을 믿게 만든 뒤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말을 해 여성들이 따라가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자신의 남자친구라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 '집창촌'으로 가게 됐습니다.
1960년대 미군 기지촌에서 출발한 파주 용주골은 한때 '한국의 텍사스'라는 오명으로 불린, 국내 최대 성매매업소 집결지 중 하나였습니다.
2005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후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나, 재개발을 앞둔 현재까지도 정부와 수사기관의 방치 하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주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용주골에서 영업 중인 성매매업소는 80∼90곳, 성매매 종사자는 230∼240명이며 최근에는 규모가 10∼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이자 SBS 인잇의 정규 필진인 최정규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에도 관심을 못 두고 지원도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며 "왜 지적장애 여성들이 제도 바깥에 방치되고 있는지, 그런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사회가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