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히말라야 기슭에서 발원(發源)해 벵골만으로 흘러가는 브라마푸트라강(중국명 야루짱부강)에 총 6000만㎾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 시설인 중국 싼샤(三峽)댐의 3배에 맞먹는 용량이다. 중국이 댐을 짓고 강을 통제할 경우 인도, 방글라데시 등 강 하류 국가들과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옌즈융(晏志勇) 중국전력건설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중국수력발전공학회 창립 40주년 기념대회 연설에서 “당(黨)의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과 2035년 장기 목표에서 ‘야루짱부강 하류 수력발전 개발 실시(實施)’가 명시됐다”며 “이는 수력발전 업계에 역사적 기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브라마푸트라강은 산스크리트어로 ‘성자(聖者)의 자식’이라는 뜻으로 중국 티베트(시짱장족자치주)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흐르다가 남쪽으로 꺾어져 인도, 방글라데시를 거쳐 갠지스강과 합류한다. 길이 2900㎞, 유역 면적 93만㎢다.
옌 회장은 “야루짱부강 하류(중국 구간의 하류)에 6000만㎾ 규모의 수력발전을 개발해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며 “시짱(티베트)에 연간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의 재정 수입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티베트의 수자원은 중국 전체의 30%에 달하지만 실제 수력발전에 쓰이는 것은 1%에 불과해 개발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홍콩 명보는 옌 회장이 구체적 댐의 입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동쪽으로 흐르던 브라마푸트라강이 벵골만 방향으로 크게 휘어내려가는 티베트 남부 린즈(林芝)시 일대로 추정했다. 이 지역은 강이 50㎞ 흐르는 동안 낙차가 2000m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중국과 국경 분쟁을 하고 있는 인도와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2014년 브라마푸트라강에 첫 번째 수력발전소를 짓자 인도 내에서는 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인도 아삼주(州) 등 하류 지역 주민의 농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데다 강이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지역인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관통하기 때문에 강에 대한 통제권은 전략적인 의미도 있다. 우려가 커지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브라마푸트라강의 수질 정보 등을 인도 측에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남해연구소 해상실크로드연구소 펑녠(彭念) 부소장은 명보에 “(브라마푸트라강 수자원 개발은) 국제적 관심을 끌고 (중·인 관계에) 긍정적 면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도가 하류에 있는 만큼 중국을 직접 견제할 수 없지만 다른 분야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수력발전은 중국의 내정(內政)이고 (최근 양국 관계의 연장선에서) 인도에 보복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