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가 1일(현지시간) “의료 노동자들과 요양원 장기거주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대상이 돼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승인이 임박하면서, 누가 먼저 백신을 맞을 것인지 논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회사 화이자의 한 연구원이 뉴욕 실험실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은 CDC 자문위가 이날 투표를 진행한 결과 ‘13대 1’로 의료 노동자들과 요양원의 장기거주자들에게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7만명이 넘었는데, 이중 40%가 의료 노동자들과 요양원 장기거주자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의료 노동자는 2100만명, 요양원 장기거주자 수는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자문위의 의견을 참고해 2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선 코로나19 사망자·확진자 세계 1위인 미국의 절박한 상황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의대의 베쓰 벨 교수는 “코로나19로 거의 1분에 한명씩 죽고 있다. 우리가 회의하고 있는 약 4시간 동안에도 최소 180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 교수는 “우리는 너무 늦게 움직이고 있다”며 빠른 결단 촉구했다. 밴더빌트 의대의 헬렌 탈보트 교수는 14명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백신이 효과가 있기를 정말 바라지만, 장기요양 환자들에게 유효한지는 면밀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발중인 백신이 임상실험에서 90%가 넘는 예방효과를 확인했지만, 장기 요양환자들에게까지 안전한지 유효한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백신 개발이 전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와 모더나의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청(EMA)에 모두 ‘긴급승인’을 신청했다.
CDC 자문위는 다음 접종 대상으로는 필수 노동자(의료계 노동자를 제외한 약 8700만명), 65세 이상 노인들(약 5300만명),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 19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성인(약 1억명)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들은 자문위 권고대로 의료노동자들과 요양원 장기거주자들이 우선접종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접종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신 접종이 임박하면서, 우선접종 순위를 두고 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서는 줄곧 (의료계 노동자가 아닌) 노인들이 취우선 접종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식품가공·유통업계 노동자조합은 1일 CDC에 자신들을 다음 우선 접종순위로 정해달라고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각 주별 보건당국으로도 우선접종 대상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모더나로부터 약 40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인구 3억3000만명 중 20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