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 직후 숨죽인 채 백악관을 떠날 채비를 하던 참모들이 이제는 공개적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분위기라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4일(현지시간)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근거없이 대선 승리를 주장하는 가운데 백악관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에서는 현재 거의 모든 직급의 스태프가 탈출에 나서는 기류라고 한다.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국장이 지난 달 대선 이후 구직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를 해고할 것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엑소더스는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일에는 백악관 전략공보국장인 알리사 파라가 사임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라의 사임 발표에 "환상적으로 일해준 훌륭한 사람이다. 감사하다"라고 트위터에 적기도 했다.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에서 그의 신임을 받아온 파라 국장이 전격 사임한 것이 참모진들의 탈출 기류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 백악관 안팎의 관측이다. 백악관 탈출이 더이상 트럼프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참모진 사이에서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 고위급 참모는 "부양가족이 있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직원들이 이직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에 만연한 패배주의가 실업자 신세가 될 직원들 사이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웨스트윙의 근무 분위기가 "매우 유해하다(toxic)"면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웨스트윙 입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백악관 직원 중에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백악관 참모는 트럼프의 완고함에 화가 난 직원들을 이해할 만하다면서 "아무도 그가 승복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을 떠나는 직원들은 의회의 보좌관 자리나 정책 관련 연구소 등지에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백악관 일부 직원들은 한정된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CNN은 "많은 백악관 스태프가 대선 직후 사무실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이 (구직을)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