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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하는 데 맞춰 엘살바도르 전역에 설치한 ATM 200대 중 하나다. [EPA = 연합뉴스]엘살바도르 독립 200주년을 맞은 15일(현지시간)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과격해진 시위 참가자들은 비트코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부수고 불을 질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나이브 부켈레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독재에 반대한다' '우리는 비트코인에 속았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산살바도르 중앙광장으로 행진했다. 몇몇은 '노, 비트코인(No, Bitcoin)'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인 분위기였으나 일부 시위 참가자는 비트코인 ATM 창문을 깨고 불을 질렀다. 정부는 ATM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달러로 환산하거나 수수료 없이 현금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을 앞두고 엘살바도르 전역에 ATM 200대가 설치됐다. 그러나 일부 ATM은 일주일 넘게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가 촉발된 이유 중 하나는 비트코인이다. 지난 7일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했다. 당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엘살바도르 국민 중 약 75%는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에 "의구심이 든다"고 답했다. 정부는 국민에게 1인당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며 사용을 유도하고 있으나, 국민 절반가량이 인터넷 접속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날 시위는 부켈레 정부를 향한 최초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였다. 2019년 6월 취임한 40세의 젊은 지도자 부켈레 대통령은 줄곧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지만,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시드니 블랑코 전 대법원장은 "민주주의를 수호할 때가 왔다"며 "이 행진은 상징적이다. 헌법을 너무 많이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에 전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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