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째 연속으로 사면한 대상에는 자신의 사돈으로, 사위 재러드 쿠슈너(66)의 아버지인 찰스 쿠슈너도 포함돼 있었다. 무더기 사면을 받은 다른 이들은 주로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 활동 및 러시아 정부 접촉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찰스 쿠슈너는 죄목이 완전히 다르다. 2004년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던 그는 자신의 여동생과 남편이 검사에게 몰래 정보를 주고 있다고 오해해 성매매 여성을 고용해 처남을 유혹하고, 그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을 여동생에게 보내 ‘증인 매수’ 와 불법 선거자금 혐의 등 모두 16건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2005년 3월 4일,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 찰스 쿠슈너(가운데)가 아내와 변호사와 함께 선고 공판이 열리는 뉴어크 연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AP 연합뉴스
◇클린턴·앨 고어 등 민주당 거물에게 300만 달러를 기부한 사돈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을 가까스로 피해 미국으로 넘어온 아버지 조 쿠슈너의 둘째 아들이었던 찰스 쿠슈너는 매우 이중적인 인물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1985년 ‘쿠슈너 컴패니’를 차려 주택 건설·도시 개발·기업 인수 등에서 큰 돈을 벌었다. 주로 ‘찰리’로 불린 그는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하고 매우 사교적이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앨 고어 부통령 등 민주당 거물에게 무려 300만 달러를 기부해, 20세기 내내 뉴저지 주에선 최대의 민주당 정치헌금 기부자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찰리의 뉴저지주 롱비치 아일랜드 해변 저택에서 함께 유대교 안식일 만찬을 하기도 했다. 또 직원들의 자녀가 아프면 직접 편지와 꽃 선물을 들고 병원에 찾아가고, 장례식장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자선단체에도 거금을 기부했다.
◇자신의 창녀를 이용해서, 처남을 얽어 매
그러나 목적과 복수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찰리는 2002년 큰 형 머리(Murray)로부터 자금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절세(節稅) 목적으로 형과 함께 신탁기금을 세웠는데, 찰리가 여기서 제멋대로 돈을 빼 정치 기부금과 자선금으로 선심을 썼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에 주목한 사람이 바로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뉴저지 관할의 미 연방검사 크리스 크리스티였다. 그는 나중에 뉴저지 주지사(2010~2018년)까지 지냈다. 크리스티 검사가 집요하게 파고들자, 찰리는 형 머리와 여동생 에스더가 자신을 몰락시키려고 크리스티 검사를 비밀리에 돕고 있다고 오해했다.
그리고 바로 증인인 에스더를 협박하고 복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자신의 오랜 경찰관 친구에게 현금 2만 달러가 든 종이 상자를 건네며, 여동생 에스더의 남편이자 자신의 처남인 빌리 슐더를 유혹할 창녀를 구하라고 주문했다. 나중에는 유럽 출신으로 몸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시 맨해튼의 매춘여성인 ‘수재너’의 번호까지 건네준다. ‘수재너’는 찰리 자신이 ‘존 헤스’라는 가명으로 매춘 서비스를 받아온 여성이었다. 결국 2003년 12월 뉴저지주의 한 모텔에 설치한 카메라로, 처남과 이 창녀의 성관계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며느리 이방카 트럼프의 2012년 봄 컬렉션 쇼에 참석한 찰리 쿠슈너와 아들 재러드 쿠슈너 부자
하지만 찰리는 바로 이 사진을 쓰지 않았다. 다음해 5월, 여동생 에스더의 아들이자 자신에겐 조카인 제이콥이 약혼하는 전날에 이 사진과 동영상을 여동생 집으로 보냈다. 여동생은 큰 충격에 빠졌고, 이 사진들을 크리스티 검사에게 보냈다. 검사는 바로 찰리를 증인 매수·탈세·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바로 기소했다.
◇크리스티와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악연(惡緣)
크리스티는 뉴욕·뉴저지주의 거물 주택개발업자를 기소하면서 스타 검사가 됐지만, 쿠슈너 부자(父子)와는 원수가 됐다. 크리스티가 아버지 찰리의 가명인 ‘존 헤스’의 정체까지 파고들자, 아버지 찰리는 유죄를 시인하고 2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아들 재러드는 뉴욕대에서 경영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찰리가 구속된 뒤, 쿠슈너 컴패니는 대부분의 사업을 매각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3월 아편과 마약 남용 문제를 다루는 백악관 모임에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와 손을 잡고 얘기하는 것을, 옆에 앉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켜보고 있다.
크리스티 전(前)주지사와 찰리 쿠슈너의 아들 재러드는 2016년 다시 만난다. 크리스티는 트럼프의 당선 이후 인수위원장을 맡아서, 새 행정부에서 일할 사람들을 인선하는 작업의 총지휘를 맡았다. 재러드는 트럼프의 사위가 됐다. 크리스티는 최근 자서전에서 재러드에게 “너는 모르는 네 아버지에 대한 진실로 내 마음도 무겁지만, 법에 따라 네게 얘기할 수가 없구나”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러드에게 크리스티는 아버지를 징역 살 게 한 원수에 불과했다.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이 된 크리스티는 2016년 5월 일찌감치 트럼프 당선 시 인수위를 이끌 책임자로 지명됐다. 크리스티는 새 행정부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골라서 모두 30개의 서류철을 만들었다. 그러나 수 주 뒤, 크리스티는 해고됐다. 그가 만든 30개의 서류철은 모두 트럼프 타워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크리스티는 이후에도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비서실장, 법무장관 등으로 계속 거론됐지만, 번번이 낙마했다. 그 뒤에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가 있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