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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백신을 먼저 맞으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의료업체 파케어가 연방정부로부터 공급받은 미 제약사 모더나 백신을 주 지침을 어긴 채 사용하려 한 정황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각국 부유층은 거액을 내고 백신을 먼저 맞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워드 저커 뉴욕주 보건국장은 “파케어가 백신을 정식이 아닌 방법으로 확보하고, 주 지침을 위반해 유통한 혐의가 있다”며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관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케어는 21일 한 지역언론에 ‘모더나 백신을 확보했고 선착순으로 판매한다’는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게리 슐레진저 최고경영자(CEO)는 “의료계 종사자, 60세 이상 고령자, 기저질환자가 온라인으로 선착순 백신 접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선 의료진, 장기요양원 근무·거주자에게만 백신 접종 1순위를 허용한 뉴욕주 방침을 위배한 것이다.

이달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부유층의 백신 새치기 문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6일 더타임스는 부촌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가 빗발치는 고객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의사에 따르면 일부 고객은 “2000파운드(약 300만 원)를 내겠다”고 제의했다.

영국에서 백신을 맞으려면 보건당국인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한 접종이 유일한 방법이다. 자신이 언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을지 묻는 전화가 빗발치자 NHS는 “차례가 되면 NHS에서 먼저 연락을 할 것”이라며 “그 전에 미리 연락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미국에서는 일반 건강보험 혜택 없이 환자 자비 부담을 기본으로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위 ‘컨시어지 닥터’들이 부자 고객의 ‘백신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 유명 팝스타를 고객으로 둔 로스앤젤레스 부촌 베벌리힐스의 한 의사는 “고객이 요구하는 뭔가를 구하지 못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밝혔다. 또 다른 의사 역시 “2만5000달러(약 2750만 원)를 기부하면 먼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느냐”고 한 고객에게 “안 된다”고 답했다고 토로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아예 26일 “미국이 최소 2000만 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양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을 종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고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 등이 전했다.

필리핀은 1998년 훈련 등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VFA를 체결했다. 필리핀은 올해 2월 미국에 일방적으로 VFA 종료를 통보했다가 2차례의 유예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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