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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는 날까지 아름답지 못했다. 시위대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을 유린하는 순간에도 ‘대선 불복’이라는 독단에 사로잡혀 국가 통수권자의 책임을 져버렸다. 그러자 4년 내내 은인자중하며 2인자의 소임을 다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트럼프와 결별한 펜스의 행보를 두고 “2024년 대선의 시동을 걸었다”는 섣부른 평가마저 나온다.

미 언론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를 정리한 1등 공신으로 일제히 펜스 부통령을 지목했다. AP통신은 “국방장관 대행과 주(州)방위군 동원 문제를 논의한 주인공은 부통령이었다”고 보도했고, CNN방송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 투입에 반대했으나 펜스 부통령이 국방부와의 협의에서 핵심 역할을 하면서 신속한 병력 동원을 재촉했다”고 전했다.

펜스는 이날 일찌감치 트럼프와 선을 그었다. 폭력 사태에 앞서 차기 대통령 당선을 확정하는 상ㆍ하원 합동회의 시작 전에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나에게는 선거인단 투표를 폐기할 권한이 없다”고 선언했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을 끝내 거부한 것이다. 시위대의 의회 난입으로 중단됐던 회의가 재개되자 펜스 부통령은 다시 연단에 올라 “오늘 의회를 파괴한 자들은 이기지 못했다. 폭력은 절대 승리하지 못한다”며 “다시 일을 시작하자”고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의 연이은 단호함에 ‘부통령을 다시 봤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칼 레이신 워싱턴 검찰총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여러분이 펜스 부통령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공직에 더 적합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는 자신의 헌법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총사령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펜스가 대통령감으로 훨씬 낫다는 의미다.

오랜 충신의 전격적인 결별 선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단단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펜스는 우리나라와 우리의 헌법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할만한 용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선거 사기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년이나 충성을 다한 러닝메이트도 가차 없이 내친 셈이 됐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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