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범인 흉내냈다" 日, 계속되는 열차 방화사건에 비상
일본에서 대중들이 이용하는 열차나 지하철 내에서 흉기를 휘두르거나 불을 지르는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하철회사들은 전 구간 CCTV 설치를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 40분쯤 구마모토(熊本)현 구간을 달리던 고속열차 규슈(九州) 신칸센(新幹線) 객차에서 한 남성이 바닥에 액체를 뿌린 후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 이를 바닥에 던졌다. 바닥의 불이 의자로 번지기도 했으나 큰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8일 일본 경찰들이 방화사건이 일어난 규슈 신칸센 차내를 수색하고 있다. [구마모토아사히TV 방송화면 캡처]
객차 내 비상벨이 울리면서 열차가 긴급 정차했고 출동한 경찰이 방화를 시도한 미야케 기요시(三宅潔·69)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직인 미야케는 사건 직전 지인에게 "죽고 싶지만 죽을 수가 없어 여행을 떠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도쿄(東京) 지하철 게이오(京王)선에서 최근 발생한 전동차 방화 사건을 따라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오센 '조커'는 "오타큐센 사건 모방"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운행 중이던 게이오선 전동차에서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 복장을 한 핫토리 교타(服部恭太·24)가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17명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핫토리는 인파가 북적이는 게이오선에서 들고 있던 흉기로 72세 남성을 찌른 후 바닥에 인화 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였다. 승객들이 화재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하면서 열차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많이 죽여 사형당하고 싶었다"면서 지난 8월 일어난 오다큐(小田急)선 전동차 내 흉기 난동 사건을 따라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수도 도쿄도(東京都)의 전철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뒤 불을 질러 십수명이 부상했다. 고쿠료역에 열차가 긴급 정차하자 승객들이 창문으로 대피하는 모습(왼쪽)과 용의자 남성이 범행 뒤 담배를 피우는 모습. [트위터 캡처]
8월 오다큐선 사건에서는 30대 남성 스시마 유스케(対馬悠介)가 같은 칸에 타고 있던 20대 여대생을 칼로 찌르고 전동차 바닥에 식용유를 뿌린 후 불을 붙였다. 식용유라 불은 번지지 않았지만 차 내에서 4~5명이 칼에 찔리고, 6명이 넘어져 다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소지품 검사 불가, 근본적인 해결책 없어
이어지는 사건에 시민들의 두려움은 커지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 도쿄올림픽 당시 일부 역에서 소지품 검사가 시행되기도 했으나, 이를 상시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다큐 전철은 8월에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모든 역과 승무원실에 흉기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패와 불에 타지 않는 방인 장갑 등을 배치해놓았다. 도쿄메트로도 지난해 3월부터 전 승무원이 최루 스프레이 등 호신용 도구를 사용하는 훈련을 받고 이를 휴대하고 있다.
신칸센도 2018년 차내에서 발생한 칼부림 이후 차내에 방패와 최루 스프레이, 의료기구 등을 배치하고 있다.
각사는 주요 노선 모든 차량에 방범카메라(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도큐전철은 이미 모든 차량에 CCTV를 달아 차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조커 사건'이 일어난 게이오선의 CCTV 설치율은 20% 정도로, 사건이 일어난 차량에도 CCTV가 없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