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놀이터 놀러온 아이들 신고한 주민대표 “주거침입, 사과 안해”

아파트 놀이터 놀러온 아이들 신고한 주민대표 “주거침입, 사과 안해”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초등학생들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입주자대표는 외부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논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며 도둑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MBC

입주자대표 회장 A씨는 지난달 12일 “외부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놀이터에는 아이들 5명이 놀고 있었다.

아이 부모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 따르면, A씨는 신고 후 5명의 아이들을 관리실에 잡아뒀다.

청원인은 “CCTV를 봐도 아이들이 기물 파손한 정황은 없었으며 입주민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타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분의 논리”라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아이들에게 욕을 하고, 휴대전화와 가방, 자전거 등을 모두 놀이터에 두고 관리실로 데리고 가 아이들과 연락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A씨를 협박 및 감금 혐의로 고소한 상태라고 전했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 부모가 올린 청원글/청와대 청원 게시판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쓴 글에는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우리에게 핸드폰 가방을 놓고 따라 오라며 화를 냈다. 걸어가다가 가기 싫다고 모두 외쳤는데 할아버지가 이 놈 XX, 저 놈 XX, 커서 아주 나쁜 큰 도둑놈이 될 거라 했다. 핸드폰을 할아버지가 놀이터에 두고 따라오라고 해서 엄마한테 전화도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적은 글/온라인 커뮤니티

3주 뒤 A씨는 외부 어린들의 놀이터 출입을 막기 위해 입주자대표 회의를 소집했다. A씨는 이날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규칙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입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삭제됐다.

이에 대해 아파트 입주민 C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장 당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아파트 이런 조항을 넣은 거냐고 입주민들이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C씨는 “입주민 중 한분이 (A씨에게) 그냥 좋게 서로 화해하고 먼저 고개 한 번 숙이시고 사과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도 자기는 법적으로 죄가 없다고 법만 따졌다. 정말 말이 안 통했다. 이건 회장과 아이들 부모의 일이다. 당사자인 아이들과 부모님이 상처 입은 거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대신 사과했다.

그러나 A씨는 전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외부 어린이들이 자신의 아파트 놀이터에서 논 것은 ‘주거침입죄’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신규 아파트이기 때문에 (주민 아이들은) 연령층이 0세부터 대부분 유치원생 이하다. (놀이터는) 우리 아파트 사람의 고유 공간이다. 주거 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부모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엔 “없다.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사과를. 허위사실을 인정하라는 건지..”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A씨를 협박과 감금 등 혐의로 입건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