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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오미크론 동시 공격에 병상 대기환자 900명마저 넘어서
모임·영업시간 제한여부 오늘 발표… 靑수석 “미세조정 할 것”
확진 연일 5000명 넘는데 추가병상 2주 걸려… 의료진 “매일 전쟁”


12월 1일 경기도 평택 박애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병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우리 병원 코로나 중환자 병상은 이제 꽉 찼어요. 에크모(심장·폐 기능을 대신해 주는 기기) 쓰는 환자가 5명, (혈액) 투석기 2명에, 인공호흡기를 찬 환자 12명까지 한꺼번에 있어서 의료진들이 숨 쉴 틈이 없습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는 “심지어 (중환자보다 상태가 괜찮은) 중등증 환자 병상도 고유량(高流量) 산소 치료로 버티는 환자가 늘고 있다”면서 “이곳은 지금 ‘전쟁터’”라고 전했다.

하루 확진자가 연일 5000명 넘게 쏟아지고, 중증 환자도 역대 최고치인 733명(2일 0시 기준)까지 나오자 의료 현장에서 나오는 비명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일 오후 5시 기준 서울 병상 가동률은 90.1%, 인천·경기는 각각 88.6%와 85.5%를 기록했다. 수도권 인근 충청권 병상도 이미 만실(滿室)이다. 가장 위중한 환자가 찾는 ‘빅5′ 병원도 9병상(가동률 94.6%)만 남았다. 병상 대기 환자는 915명, 이 가운데 나흘 이상 기다린 환자도 377명(41.2%)에 이른다.

빅5 병원의 코로나 중환자 병상


그럼에도 당국이 12월 중순까지 추가 확보하기로 한 병상 1300개 가운데 중증은 50병상, 준중증은 190병상뿐이다. 서울시도 이날 ‘코로나 긴급 대책’을 내놓고 중환자 병상 52개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연말까지 중환자 병상은 100여 개가 더 확보되는 정도다.

더구나 지금은 ‘이중(二重) 위기’가 동시에 터졌다. 지금 확진자 대부분은 델타 변이 감염이지만 이보다 감염력이 센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국내에서 이미 6명이 확인됐다. 델타와 오미크론 ‘복합 쇼크’가 닥친 상황인 셈이다.

이에 2일 열린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 분과위원들은 방역패스 확대, 사적 모임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방역 당국은 내주부터 4주간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줄이고, 식당·카페 등에도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최종 확정해 발표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와 관련, “급격한 거리 두기 강화보다는 (현재 조치를) 어떻게 미세하게 조정할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격리시설로 이송되는 입국자들 - 국내에서 코로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진자가 확인된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임시 생활시설로 가는 버스에 타고 있다. /뉴시스


“제발 부탁드립니다. ‘작전상 후퇴’(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합시다.”

유튜브 채널 ‘코로나19 전문가와의 대화’를 이끄는 김인중 재미 수의병리학 박사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그는 “거리 두기를 강화해도 효과가 나타나는 데 2~3주 걸린다. 하루하루 점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록다운(lockdown·봉쇄령)’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의료 현장 곳곳에서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잠시 멈춰달라는 절규와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도 “코로나 중환자 병상 확장을 위해선 비(非)코로나 환자 병상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의료 현장이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닥쳐오는데 또 임시변통”

주요 대형 병원들 상황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경기도 한 대형 병원 전문의는 “우리 병원은 지금 응급실에 긴급히 임시 음압 병상을 설치하느라 비상 상태”라며 “실려온 다리 골절 환자나 긴급 수술 환자들이 뒤늦게 코로나에 확진된 것으로 확인돼도 아무도 받을 곳이 없어 마련한 고육책”이라고 했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 병원에 보유 병상의 1~1.5%를 코로나 병상으로 내놓으라는 행정명령을 거듭 내렸다. 그러나 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음압 시설을 만들기 위해선 시설 공사가 필요하고, 코로나 환자가 이동할 때 다른 환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이동 동선까지 감안해 새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수 주일이 걸린다”며 “더구나 코로나 중환자를 돌보기 위한 의료진을 추가로 구해야 하는데, 기존에 다른 중증 환자를 보는 의료진을 코로나 환자만 돌보라고 할 수도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 환자 괜찮나… 모니터 살피는 의료진 - 2일 오후 충북대병원 코로나 병동 모니터에 심장 박동수 등 환자들의 상태 정보가 떠 있다. 전날 코로나 확진자가 5266명을 기록한 가운데 대전과 세종의 중환자 병상이 동났고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85~90%에 달했다. 이날 수도권에서만 915명의 환자가 병상이 나기를 기다렸다. /연합뉴스

 

정부로서도 ‘병상 대란’은 예기치 못한 사태다. 하루 5000명 넘게 확진자가 나와도 버틸 수 있다며, 병상 마련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교수는 “항상 급할 때만 병원을 불러 모아 어떻게든 병상 만들어 내라는 식으로 임시변통만 거듭해 온 게 사실”이라며 “최근의 병상 부족 사태는 정부의 잘못”이라고 했다.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지금도 병상 여력이 없는데 오미크론까지 번지면 정말 큰일”이라며 “체육관이든 운동장이든 임시 병상을 어떻게든 빨리 늘려야 한다”고 했다.

◇중환자실에 피부과·안과 의사 보내

병상 부족보다 더 급한 건 의료진 부족이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 의료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중보건의사들을 긴급 차출했다. 비수도권에서 47명 공중보건의를 수도권 병상에 투입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코로나 치료에 필요한 내과 전문의는 한 명도 없었고 피부과·안과 의사 등 중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기 어려운 분야의 전문의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47명 공보의 중 소아청소년과 전문의(12명)가 가장 많았고, 성형외과(7명), 피부과(4명), 재활의학·진단검사의학·방사선종양학·안과(3명) 순이었다. 그나마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2명뿐이다.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 인력 배치를 하는 바람에 일부 병원은 아예 공보의 파견을 받지 않거나, 전문의 자격을 가진 공보의에게 ‘피 뽑기’ ‘소변줄 제거’ 등 인턴 업무를 맡기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 차출 요구를 받은 일부 섬 지역에선 “지역 의료가 마비된다”며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임진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지자체나 협의회와 사전 논의도 없이 차출 명단을 내려 보내 현장에서 혼란이 생긴 것”이라며 “사전 논의가 있었다면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간접적으로라도 중환자 진료에 기여할 수 있는 공보의를 파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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