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아기 물 속에 넣어 숨지게 해…재판부 "산 채로 태아 배출 알면서 종용"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하는 도중 출생해 울음을 터뜨린 아기를 살해하는 데 가담한 병원 운영자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박재영 김상철)는 지난 2일 살인·사체손괴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행정원장 최모(44)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하는 도중 출생해 울음을 터뜨린 아기를 살해하는 데 가담한 병원 운영자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산부인과 의사 윤모 씨의 명의를 빌려 서울 동작구에서 한 산부인과를 운영했던 최 씨는 지난 2019년 3월 인터넷 낙태수술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산모로부터 낙태수술을 의뢰 받았다. 이후 윤 씨 등과 함께 34주된 태아를 살해하는 데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 윤 씨는 제왕절개 수술로 꺼낸 태아를 물이 든 양동이에 넣어 살해했다. 또 사체를 냉동한 뒤 의료 폐기물인 것처럼 속여 폐기물 수거업체에 인계해 소각되게 했다.
윤 씨는 살인, 사체손괴 혐의 등으로 먼저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1심은 "살아서 배출된 태아가 살해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도 적극적으로 낙태 수술을 종용했다"며 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후 최 씨는 "제왕절개로 낙태수술을 할 경우 태아가 살아나온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살해를 공모한 적도 없다"며 항소했으나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건강한 태아를 제왕절개 수술로 꺼낼 경우 대부분 살아나온다는 관계자 진술과 최씨의 업계 종사경력 등을 볼때 태아가 살았을 것이란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최 씨가 2009년부터 약 10년간 산부인과에서 근무하거나 산부인과를 직접 운영해오며 오랜 기간 낙태 상담을 해 왔다"며 "태아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모체 밖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태아가 이미 34주 가량 성장하고 몸무게가 약 2.1㎏에 달해 제왕절개 수술 시 생존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낙태 수술을 적극적으로 종용했다"며 "통상의 수술 비용보다 10배 이상 비싼 비용도 수령했다"고 덧붙였다.
최 씨와 함께 기소된 마취의 박모 씨는 마취 기록지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의료법 위반)가 유죄로 인정돼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천만원을 선고 받았다. 살인방조죄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인정됐다.
또 재판부는 수차례 불법 낙태 수술을 보조한 산부인과 실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말단 직원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이뉴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