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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저가커피점…프랜차이즈 '극한 경쟁'
올해 신규 점포 1만6000개 돌파

테이크아웃 늘며 저가 브랜드 봇물
올해만 1만6000곳 개업 '최대'
메가커피 매장수, 스타벅스 추격

커피집 7.6만곳…편의점보다 많아
1억대 창업비에 너나없이 뛰어들어
개업 3년내 폐업비율 26% 달해

 

코로나19 여파로 커피의 포장·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저가 커피전문점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일 저가 커피전문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청진동 르메이에르종로타운 상가 1층 모습. /김병언 기자


올해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커피전문점이 사상 처음으로 1만6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루평균 44개의 카페가 쏟아진 셈이다. 10개 중 3개는 33㎡ 이하 규모의 소형 저가 커피 매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배달문화 확산 붐을 타고 저가 커피전문점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과당 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에 문을 연 커피전문점은 1만4813개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신규 창업 커피점 1만4060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현 추세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만4628개)보다 개업 카페가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소형 저가 커피 매장의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올해 창업한 카페 중 매장 면적이 33㎡ 이하인 포장·배달 전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9.1%에 달했다. 2년 전(19.2%)보다 9.9%포인트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카페에서 쓰는 돈(99.9달러·약 11만8000원)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아 ‘커피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은 한국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 급증이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같은 상권에 여러 저가 커피 매장이 들어서면서 과잉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상 기후와 물류대란 등으로 국제 원두 가격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며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창업한 커피전문점 중 폐업한 점포의 비중은 26.5%에 달한다. 카페 네 곳 중 한 곳은 개업 3년 안에 망했다는 얘기다. 중소형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200개 미만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비브라더스, 비케이컴퍼니 등은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가 커피 매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권마다 카페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후발 주자로 카페 창업에 나설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가 1층에 '1500원 커피집'만 나란히 3곳

 

지난 3일 서울 청진동 르메이에르종로타운. 상가 1층 한 면에 컴포즈커피 메가커피 이디야커피 등 저가 커피 매장 3개가 나란히 붙어 영업하고 있었다. 2012년 문을 연 이디야커피에 손님이 몰리자 컴포즈커피가 2016년 매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입점했다. 메가커피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여파로 늘어난 테이크아웃 커피 수요를 겨냥해 올초 컴포즈커피 바로 옆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매장 규모와 형태, 메뉴 구성과 가격까지 닮은꼴인 이들 점포는 매일 점심시간 광화문 일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테이크아웃 붐에 저가 커피점 사상 최대

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커피전문점은 7만6000개를 넘어섰다. 국내 주요 편의점 5개사의 점포(4만7884개·지난해 말 기준)를 한참 뛰어넘는 규모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순증한 카페만 7290개에 달한다. 1만4813개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고 기존 카페 가운데 7523개가 문을 닫았다. 카페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늘어난 테이크아웃 수요를 겨냥해 우후죽순처럼 새 점포가 생겨나는 실정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평균 1500원 안팎으로 스타벅스 등 기존 대형 커피 브랜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대학가와 오피스 상권 등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도 저가 커피 매장은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덜 들어 위험 부담이 작다. 테이크아웃 판매에 중점을 두는 저가 커피전문점은 33㎡ 규모 소형 매장에서도 영업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1억원 안팎이면 창업이 가능하다.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을 내야 하는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등에 비해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비용은 물론 임차료 부담도 훨씬 적다. 키오스크를 비치해 주문을 받으면 인건비 부담을 덜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비교하면 저가 커피 전문점의 창업 비용은 평균 5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가 커피 붐을 타고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메가커피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5년8개월 만인 지난 9월 1500호점을 넘어섰다. 매장 수에서 이디야커피와 스타벅스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올해 새로 문을 연 가맹점만 380개에 달한다. 더벤티는 지난달 초 800호점을 돌파했다. 이 브랜드의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장 증가율은 45%에 달한다.

“제2의 대왕카스테라 될라”

올 들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급증하면서 과당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커피가 돈이 된다”는 소문에 자영업자들이 너나없이 카페 창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단기 급증에 따른 경쟁 심화, 원자재가격 상승 등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아지고 있어서다. 특색 없이 가격만 저렴한 저가 커피 시장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때 대유행한 뒤 지금은 자취를 감춘 ‘대왕카스테라’의 전례를 밟을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공격적인 점포 확대로 저가 커피 매장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브랜드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장사가 잘되는 기존 매장 옆에 다른 브랜드가 점포를 붙여서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인근 직장인의 커피 포장 수요가 늘어난 서울 미근동 서소문아파트 1층 상가에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브랜드만 다른 저가 커피 매장이 줄지어 영업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권에 같은 브랜드 점포의 출점은 제한되지만 콘셉트가 비슷한 다른 브랜드가 매장을 낼 땐 별다른 제약이 없다”며 “창업 초기에는 장사가 잘되다가 다른 브랜드 점포가 인근에서 영업을 시작한 뒤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커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로 돌아서는 가맹본부가 속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 199개 가맹점을 둔 저가 커피 브랜드 감성커피의 본사인 비브라더스는 2019년 흑자에서 지난해 7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마스빈(가맹점 166개)의 가맹본사 비케이컴퍼니도 지난해 1억89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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