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헬기, 형체 알아보기 어렵게 파손
원인 불분명...기체 결함보다 기상 문제에 무게
美 우방 인도, 최근 러시아와 군사협력 강화 ‘눈길’
인도의 국방참모총장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졌다고 인도 영문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와 NDTV 등 인도 매체들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8일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쿠누르 지역에 추락한 공군 헬기. 이 헬기에는 인도군 최고사령관을 포함해 1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트위터 캡처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도군 최고사령관인 비핀 라와트(63) 참모총장과 그의 아내 등 13명이 이날 정오 남부 타밀나두주 쿠누르 지역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라와트 참모총장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인도군 최고 지휘관으로, 합동참모본부 위원회의 수장이자 국방부 장관의 수석 군사 고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고 헬기의 기종은 러시아제 MI-17V5로, 타밀나두주 술루르 공군기지에서 웰링턴 지역의 군 교육 시설인 지휘참모대로 이동 중이었다. 14명이 타고 있었고, 남성 한 명은 구조됐으나 심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9일 라와트 참모총장이 구조될 당시 의식이 있어 자신의 이름을 말했으나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NDTV는 사고 헬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부서져 탑승자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디옥시리보핵산(DNA) 검사를 통해 탑승자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공식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체 결함보다는 기상 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 기종인 MI-17은 러시아에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됐으며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의 부대가 널리 사용하고 있다.
라와트는 2019년 말 초대 국방참모총장에 임명된 후 인도군을 이끌어 왔다. 모디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군인 집안 출신으로 1978년부터 군 경력을 쌓았다. 잠무 카슈미르, 중국 국경 등 주요 군사 요충지에서 지휘관을 역임했고, 2016년부터 3년간 육군참모총장을 맡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여겨졌던 인도는 최근 미국과 적대관계인 러시아와 군사협력 강화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을 기반으로 한 인도의 대공 방어망 시스템 현대화를 논의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가능성 우려가 높아지고 미국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의 우방인 인도와 군사 협력을 약속한 것.
NYT에 따르면 인도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S-400 구매 외에도 러시아의 최신 소총 ‘AK-203′ 60만 정을 인도에서 생산해 자국군을 무장키로 했다. 또 2030년까지 유효한 군사 분야 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현재 연간 100억달러(약 11조7900억 원) 수준인 양국 무역 규모를 2025년까지 300억달러 수준으로 3배 가량 확대키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은 그간 미국 정부가 강력히 반대해 온 무기다. 인도가 미국산 ‘패트리엇’에 버금가는 무기를 도입하면 향후 양측의 군사 협력이 위태로워질 거란 이유에서다. 반면 인도는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러시아와의 군사기술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