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친 ‘유아인 바지’ 그 뒤엔 11만 고객 리뷰 있었다

by 민들레 posted Dec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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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후기가 구매력 높여”… 온라인 쇼핑몰들 리뷰 강화 경쟁

 

패션 업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6일 내놓은 화장품 쇼핑몰 애플리케이션(앱) ‘SI뷰티’에는 9일 오후까지 나흘 만에 제품 후기 2만6000여 건이 올라왔다. 향수 관련 리뷰(후기)가 9000여 개, 립스틱 관련 리뷰는 700여 개였다. AI(인공지능)가 추천한 분류 키워드 중 ‘주름 개선’을 누르자, “순해서 눈가에 부담이 덜하다” 같은 아이크림 제품 후기가 따로 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때 ‘후기를 참고한다’는 고객이 70%에 육박한다”며 “이런 소비 패턴을 겨냥해 고객 리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과 자동 분류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 후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거나 발라보는 대신, 리뷰를 통해 간접 체험 정보를 얻으려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무신사에서 '배우 유아인 바지'라고 불리는 검은색 남성 바지. 11만개의 소비자 후기를 얻은 제품이다. 제품 후기를 보고 따라 사는 소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지금까지 50만장이 넘게 팔렸다. /무신사

 

 

리뷰가 ‘돈’이다


온라인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리뷰 게시판. ‘배우 유아인 바지’라고 불리는 검은색 남성 바지를 클릭하자 소비자 후기 11만개가 보였다. “색상별로 만들면 다 사겠다” “가볍고 짱짱하다”처럼 다양한 글들이 와글와글 달렸다. 소비자 후기를 보고 따라 사는 고객이 계속 늘면서 이 바지는 50만장이 넘게 팔렸다.

무신사가 소비자 리뷰를 노출시키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다. 10년 동안 소비자 후기가 2200만건이 쌓였다. 무신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후기로 의상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평가를 한다”며 “후기가 많이 달리면 제품에 대한 고객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더 많은 고객 후기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활용하고 있다. 여성 의류 쇼핑몰 W컨셉은 우수 후기에 적립금을 지급해 후기의 개수뿐 아니라 질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매주 최고의 상품 후기를 선정하고, 2주마다 사진까지 곁들인 프리미엄 상품 후기도 뽑아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을 각각 3000포인트, 2만 포인트씩 준다. 프리미엄 후기에 뽑히려면 글자 수 800자를 넘기고 사진도 2장 이상을 올려야 한다. W컨셉 관계자는 “베스트 리뷰 제도를 도입한 후 상세한 후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역시 ‘리뷰 점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리뷰를 올리면 500원, 글 리뷰를 올리면 200원의 적립금을 준다. 지그재그 측은 “상세한 후기가 올라올수록 제품 판매도 잘된다”고 말했다.

 

후기 분류도 ‘기술’ 전쟁


이커머스 업체들은 후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무신사는 성별·키·몸무게·허리 사이즈·신발 사이즈별로 후기를 따로 볼 수 있도록 ‘필터링’ 기술을 도입했다. 몸무게 65㎏ 남성이 허리 32인치짜리 갈색 모직 바지를 입은 후기 사진만 따로 골라볼 수 있는 식이다. 무신사 측은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고객이 옷을 사는 것을 보고 따라 사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AI 자동 키워드 추천 기능을 도입했다. 소비자 후기 8만여 건의 내용을 AI가 모두 분석, 가장 많이 올라오는 키워드를 상단에 보여준다. ‘보습’ ‘건조함’ ‘모공’ ‘탄력’ 같은 단어를 보고 관련 제품과 후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향수를 써본 사람들의 후기, 색조 화장품을 써본 사람들의 후기도 따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일일이 모든 후기를 클릭해서 보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보고 싶은 내용만 보여주는 것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W컨셉은 지난 7월 남성 전용으로 만든 의류 카테고리 ‘디스탠스’에선 페이지 윗부분에 베스트 후기 모음을 보여주는 경우다. 가장 충실한 후기를 먼저 노출해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W컨셉 관계자는 “잘 쓴 후기를 먼저 읽을수록 구매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