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몽고메리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 이식센터장팀이 뇌사 상태인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이식용 장기 생산을 위해 사육하고 있는 유전자 조작 돼지(아래).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 이식센터 제공
미국에서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간 이식 실험의 첫 성공 사례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로버트 몽고메리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 이식센터장팀이 유전자 조작한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10월 20일 보도했다. 이식용 장기가 부족한 상황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돼지는 인간의 몸에 장기를 이식할 잠재력이 있는 동물로 오랫동안 주목받아왔다. 돼지의 장기는 인간의 장기와 크기가 유사하고, 영장류보다 새끼를 많이 낳아 이종간 이식 실험에 적합하다. 실제로 돼지 심장 조직으로 만든 판막을 이식한 사례나 돼지에서 추출한 콜라겐으로 인공 피부를 만들어 화상 환자에게 이식하는 사례는 국내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돼지 장기에만 있는 특정 물질이 인간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연구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예를 들어 돼지 장기 표면에는 ‘알파갈(alpha-gal)’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인간의 면역 체계는 이 알파갈에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뉴욕대 연구팀은 알파갈이 제거된 유전자 변형 돼지의 배아를 어미 돼지 몸속에 넣어 유전자 변형된 새끼 돼지를 만들어냈다.
이어 9월 25일 연구팀은 신부전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 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때 연구팀은 돼지의 신장에 대한 장기적인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세포를 만드는 돼지의 흉선을 신장과 함께 이식했다.
이식 후 54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소변 생성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며,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크레아티닌 수치도 정상으로 나타났다. 어떤 거부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술을 집도한 몽고메리 센터장은 10년 안에 심장, 폐, 간과 같은 돼지의 장기들이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의학계와 과학계는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이종간 이식을 50년 넘게 연구해 왔다”며 “이번 연구는 장기 부족으로 이식을 기다리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