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목숨 앗아간 美 최악 회오리바람 원인은 “따뜻한 겨울”

by 민들레 posted Dec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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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주 양초공장 붕괴로 70명 이상 사망 추정
일리노이주 아마존 물류센터가 무너져 최소 6명 사망
“이상 고온이 토네이도 생성의 이상적 조건 만들어”


주말 사이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의 6개 주를 수십 개의 토네이도(회오리바람)가 덮치면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토네이도는 규모와 위력 면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토네이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토네이도가 미국 5개 주 이상을 휩쓴 것은 기상 관측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 시가지의 건물들이 초강력 토네이도(회오리바람)에 부서져 폐허로 변한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10일(현지 시각) 미 켄터키주와 아칸소·일리노이·미주리·테네시·미시시피 등 6주에 최소 40여 개의 토네이도가 한꺼번에 나타나 최소한 84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됐다. 하지만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설 우려가 크다고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 또 수십만 명이 정전과 단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매체는 미 국립기상청(NWS)의 발표를 인용해 일부 지역에서는 토네이도의 풍속이 112㎞에 달했으며, 잔해가 상공 2만 피트(약 6100m)까지 날아오른 것으로 관측됐다고 전했다. 최소 30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미국 아칸소·일리노이·미주리·테네시·켄터키·미시시피 등 6개 주를 휩쓸었고, 피해 지역은 250마일(약 402㎞)에 달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켄터키주 남서부 그레이브스 카운티의 메이필드시의 한 양초공장 지붕이 무너지면서 근무 중이던 직원 110여명 가운데 불과 40여명만 구조됐다. 나머지 직원들은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앤디 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켄터키주에서만 70명 이상이 숨졌을 것”이라고 침통해하면서 “10개 주 이상에서 (사망자가) 100명을 넘을 수 있다”고 봤다.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서는 아마존 물류센터가 무너져 최소 6명이 숨졌다. 경찰은 전날 밤 토네이도가 덮칠 당시 이 물류창고에 직원 50여 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켄터키주 남쪽에 있는 테네시주에서도 밤새 시속 130㎞가 넘는 폭풍이 몰아치며 최소 4명이 숨졌다. 미주리주에선 세인트루이스 서부를 덮친 토네이도에 84세 여성 1명이 자택에서 숨지고, 어린이 1명도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칸소주에선 요양시설에서 1명, 상점에서 1명 등 2명이 숨졌다.

NYT는 건물 잔해,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진 나무, 전봇대 등으로 메이필드시 중심가가 마치 위태로운 미로처럼 변했고 묘사했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토네이도가 도시를 성냥개비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에서 토네이도가 불어닥쳐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양초공장의 위성사진. 위쪽은 2017년 1월 촬영한 사진이고 아래쪽은 토네이도가 강타한 후인 11일(현지시간) 촬영한 사진.


토네이도는 좁고 강력한 저기압 주위에 부는 깔때기 모양의 강력한 회오리바람이다. 주로 날씨가 급속히 따뜻해지는 봄에 대기가 불안정해질 때 일어나는데, 이번처럼 추운 겨울에 이런 초대형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미국에선 연평균 1000여 회의 토네이도가 나타나 100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해왔는데, 단 하루에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온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단기상의 하나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남부에서는 봄이나 초여름에 해당하는 섭씨 21~26도의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지표면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한랭전선과 만나면 지표면의 습도가 올라가 토네이도의 생성이 가능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빅터 젠시니 노던일리노이대학교 기상학 교수는 11일 WP 인터뷰에서 “12월의 이상 고온과 라니냐 등이 토네이도의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과거와 다른 패턴의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기후변화는 실재하는 위협’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허리케인 아이다’가 뉴욕을 포함한 미국 북동부를 강타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에 따라 기후 위기에 대한 부실한 대응이 ‘금융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이다로 인한 보험손실 규모가 미국 연방 홍수보험 손실을 제외하고도 최소 280억 달러(약 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열대성 저기압’인 허리케인이 미국 최대 도시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을 지날 경우 인명피해에 더해 기하급수적인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20~30년 전만 해도 현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였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켄터키, 아칸소, 테네시, 일리노이 등 7개주(州)에 즉시 연방 자원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 등 참모들로부터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 그는 “이번 토네이도에 대한 기후변화의 구체적인 영향은 지금 시점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도 “기후가 따뜻해지면 모든 것이 더욱 극심해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