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코로나 사태에 대해 “전면적 전시 상황(full-scale wartime)”을 선포하고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일부 지역에선 백신 부족으로 접종이 중단되고 있고, 코로나가 재창궐하면서 마스크와 의료장비 부족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이 첫날부터 여러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백악관에서 코로나 백신 배포를 원활하게 하고 검사 확대 등을 지시하는 10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로 미국에서 이미 40만명이 숨졌다. 이는 (미국의) 2차 세계대전 희생자보다 더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에는 코로나 사망자가 5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백신은 희망을 줬지만, 배포는 완전한 실패였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패로 코로나 사망자가 2차 대전 수준을 넘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실제 미국에선 백신 보급이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최소 12주(州)에서 백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AP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뉴욕에선 연방 정부를 통해 공급받던 모더나 백신이 지난 20일부터 바닥나면서 21일 15개 백신 접종 허브 등을 모두 닫은 상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연방정부만 믿고 있다간 다 죽게 생겼다”며 화이자 등 다른 백신 업체와 직접 공급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백신이 부족해 현재 일주일에 4000명 정도씩만 접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속도면 캘리포니아의 65세 이상이 다 접종하는 데만 5~6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욕의 코로나 백신 접종 센터가 21일(현지 시각) 백신 부족으로 문을 닫자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단순히 백신 생산 부족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 주는 배정받은 백신을 신청조차 하지 않는가 하면, 창고에 백신을 그대로 방치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하루 20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환자가 폭증하면서 마스크부터 시작해 의료 현장의 개인 보호장비(PPE)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바이든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각지에 예방접종센터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지역 주민들이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규모 접종 센터를 만드는 것을 꺼려 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모든 연방 기관과 민간 업체가 보호 장비와 주사기 등 국민 보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이 법은 6·25전쟁 군수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법이 발효되면 기업들은 정부 지시에 따라 긴급한 물품을 생산해야 한다. 바이든은 이날 공개한 198페이지짜리 코로나 대응 종합 매뉴얼에서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해 백신 생산을 위한 원료 확보를 돕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바이든은 또 “다른 나라에서 비행기로 미국에 오는 모든 사람은 비행기 탑승 전에 검사하고, 도착 후에는 격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여행 안전을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당국은 이미 오는 26일부터 해외에서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코로나 음성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이에 더해 미국에 도착한 뒤에도 격리 조치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해외 입국 시 자가 격리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었다.
바이든은 이날 코로나 대응책 발표를 시작으로 경제난 완화, 미국 물품 구매, 인종 평등, 기후변화, 보건, 이민 등의 주제별로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대책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바이든이 향후 10일간 서명할 행정명령 등 각종 조치가 53건에 달한다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