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北海道) 근해에서 태평양 쪽 앞바다에 걸쳐 있는 일본해구(日本海溝)에서 규모 9 수준의 거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가 최대 20여만명에 이를 것이란 일본 정부 추계가 나왔다. 특히 지진이 겨울 심야 시간에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보여 계절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이와테현 미야코 마을을 덮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니노유 사토시(二之湯智) 일본 국가공안위원장 겸 방재상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일본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대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의 추계치를 발표했다. 이번에 상정된 상황은 30년 이내 40%의 확률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본 열도 동쪽의 지시마(千島·쿠릴)해구와 일본해구(海溝)에서 발생하는 규모 9 이상의 지진이다.
전체 길이가 2800㎞에 달하는 두 해구는 일본 열도 북부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일본 본섬에 해당하는 혼슈(本州)의 이와테(岩手)현 동쪽 태평양에 걸쳐 있다.
사망자 20만명, 건물 22만채 전파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일본해구에서 규모 9.1의 거대지진이 발생하면 홋카이도와 도호쿠(東北)와 각지에 최고 10m가 넘는 쓰나미가 밀려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홋카이도 13만7000명, 아오모리(靑森)현 4만1000명 등 7개 지자체에서 최다 19만9000명, 건물은 22만채가 전파될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거대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시마(쿠릴)해구와 일본해구 위치도. [자료 일본 내각부]
이에 따른 경제 손실은 전국적으로 31조3000억엔(약 3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홋카이도에서 가까운 지시마해구를 따라 규모 9.3의 지진이 일어나면 홋카이도 동부에 최고 20m를 웃도는 쓰나미가 덮칠 것으로 예측됐다.
겨울밤에 발생하면 피해 가장 커
계절과 시간대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겨울 심야' '겨울 저녁' '여름 낮'의 세 가지 시기를 가정해 피해를 추계했는데 사람들이 피난을 가기 가장 어려운 겨울 심야 시간대의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 10월 일본 수도권에 강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지바(千葉)현의 한 수도 배관이 파열돼 물이 새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특히 겨울에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를 피하더라도 외부에서 장시간을 보내며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해구 거대지진의 경우,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자는 4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전문가들은 계절에 따른 방재 대책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 전문가 회의 멤버인 네모토 마사히로(根本昌宏) 일본적십자홋카이도간호대 교수(한랭지 방재학)는 지지통신에 겨울에 거대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젖지 않게 하는 것" "가능한 한 빨리 집을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난용으로 방수성과 보온성이 뛰어난 스키복을 현관 앞에 둘 것 ▶비상식량·랜턴·휴대용 화장실·손난로·비상약·마스크·소독제 등 피난에 필요한 물품을 담은 봉투를 항상 보이는 곳에 준비해 둘 것 등을 권고했다.
10분 이내 대피하면 희생자 20%로 줄어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선 건물 내진설계 강화 및 대피 환경 정비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침수 예상 지역의 모든 주민이 지진 발생 후 10분 이내에 대피할 수 있으면 희생자 수를 8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후 일본 정부는 각지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상정해 피해를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해 왔다. 정부는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구체화한 후, 쓰나미 방재 강화를 골자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