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재개발 후보지 확정
서울시가 28일 발표한 민간 재개발 후보지 21곳에 포함된 종로구 창신동 23 일대 모습. 당초 이곳은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지정이 해제되고 새로 도시재생구역으로 선정됐지만 이후 주거 환경이 더 노후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김재명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시가 지원해 민간 주도 재개발을 빠르게 진행하는 ‘신속통합기획’의 후보지가 28일 확정됐다. 후보지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시재생 1호’로 벽화가 그려졌던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등이 포함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약 2만5000채인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서울 도심의 중장기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 스피드 주택공급 기대감에 102곳 신청
서울시는 전날 ‘민간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열고 용산구 청파2구역 등 후보지 21곳을 최종 선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송파구 마천5구역 등 도심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과 창신·숭인동 등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도시재생사업지로 묶여 재개발에서 제외된 지역 4곳,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된 3곳 등이 포함됐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5월 신속통합기획을 포함한 ‘6대 재개발 규제완화책’을 발표하며 도심 주요 노후 주거지의 ‘빠른 개발’을 예고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부 주도 공공 재개발과 달리 민간 주도로 추진하되 서울시 지원을 통해 통상 5년 이상인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줄이는 게 골자다.
‘오세훈표 스피드 주택공급’에 관한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커지면서 공모에는 총 102곳이 신청했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각 자치구가 추천한 후보지 59곳을 대상으로 구역별 평가와 지역균형발전·자치구 상황, 구별 안배 등을 고려해 민간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에 올렸다.
당초 자치구별로 1곳만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나 중구 광진구 강남구는 후보지가 선정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정위원회가 이들 지역은 현금 청산자, 공모 반대 등 주민 갈등 문제 때문에 사업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후보지는 내년 초 정비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구역 지정은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후 사업계획 및 관리처분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8년 무렵 분양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첫 민간재개발 후보지가 신속히 잘 추진돼야 향후 후보지도 탄력을 받아 원활히 추진되는 만큼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의 사업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투기방지대책도 가동된다. 서울시는 이날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21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공고했다. 발효일은 내년 1월 2일부터다. 서울시는 공모에서 탈락한 구역은 물론이고 향후 공모에 참여할 구역의 권리 산정일을 내년 1월 28일로 정했다. 이날 이후 해당 구역 부동산을 매수하면 현금 청산이 되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시세보다 싼 감정가에 팔아야 한다. 공모에서 탈락한 구역은 내년 1월 중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 전문가들 “중장기 주택 공급 긍정 시그널”
이날 발표를 두고 시장에선 “서울 도심 중장기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신속통합기획은 이제 첫발을 뗀 셈이라 단기 주택 공급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주택 공급이 충분해진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실제 서울에서는 2015년부터 단 한 건의 신규 재개발 구역도 지정되지 않으면서 공급 부족이 계속돼 왔다. 이번 후보지 선정을 통해 공급이 본격화되면 향후 집값이 떨어지거나 안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투기방지책 역시 전문가들은 “필요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투기 수요가 들어와 전체 소유주가 늘어나면 기존 소유주 이익이 줄면서 사업성이 악화돼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뉴타운 시절 개발 예정지에서는 빌라 지분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가 심각했다”며 “투기 수요 차단에 재개발 성패가 달린 만큼 재산권 행사에 일부 제약을 두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