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옷 입고 밤길 무단횡단해 사망한 보행자…法 "운전자 무죄"

by 민들레 posted Jan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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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던 70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호동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8시께 청주시 흥덕구에서 SUV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던 B(74)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그는 경찰에서 "(무단횡단자를 인지해) 갑자기 속도를 줄인 앞차를 피하기 위해 차선을 바꾸던 중 사고가 났다. 앞차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A씨는 선행하던 차량이 무단횡단하는 B씨를 발견하고 속력을 줄이자 옆 차선으로 진행차로를 변경했다. 선행 차량에 의해 시야가 가려져 있던 A씨는 B씨와의 거리가 10~11m 남은 상태에서야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당시 B씨는 상·하의 모두 어두운 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같은 날 오후 9시15분께 두개골 골절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운전 중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일어났다고 단정짓기 어렵고, 이를 인정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판사는 "피해자는 위, 아래 어두운 옷을 입은 채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진입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신호가 적색으로 바뀐 후에 횡단보도에 진입했다"며 "피해자의 의복 색상과 피고인의 시야가 선행 차량에 의해 제한돼 있던 사정을 볼 때 A씨가 제한속도를 8㎞ 정도 초과한 것으로 보이나, 속도를 준수했더라도 사고는 피하기는 역부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해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을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며 이례적인 사태 발생까지 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할 수 없다"며 "조사한 증거들로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부주의로 공소사실 기재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업무상 과실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