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스포츠센터 대표가 직원을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한 차례 현장에 출동했지만 범행 정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오늘(3일) 새벽,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31일 새벽 2시 10분쯤 "누나가 폭행당하고 있다"라며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가정폭력을 예상하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A 씨는 돌연 "어떤 남자가 쳐들어와 자신과 싸웠는데 도망갔다"라며 말을 바꿨습니다. 당시 A 씨는 만취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스포츠센터에 피해자인 20대 남성 B씨가 누워있는 것을 보고, 가슴에 손을 얹는 등 상태를 확인했지만 혈흔 등 범죄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람이 쳐들어와 싸웠다는 신고 건에 대해 CCTV를 확인하려 했지만, A씨가 이를 거부하며 자신이 직접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가 누워 있는 직원에 대해선, 자신과 술을 마시고 취해 자는 거라 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이 같은 말을 듣고 돌아갔지만, A씨가 신고했을 당시 피해자는 이미 70cm짜리 막대로 폭행을 당하고 장기를 찔린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범행 시점과 신고 시점이 몇 분 차이가 안 나, 멍이나 혈흔 등 범행을 의심할만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A 씨는 7시간이 지난 아침 9시쯤 직원이 의식이 없다며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숨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A 씨는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당초 A 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지만 이후 혐의를 살인으로 바꿔 그제(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항문 부위가 막대에 찔리면서 장기가 손상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에 따라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오늘(3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를 비롯해 피해자의 사망 시점과 원인 등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