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사람에게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
연합뉴스 |
김밥 장사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장애인을 위해 봉사한 박춘자(93) 할머니가 청와대 초청 행사에 참석해 김정숙 여사의 손을 잡고 펑펑 운 사연이 뒤늦게 공개됐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달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자격으로 기부·나눔 단체 초청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의 뒷얘기를 전했다.
글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불편한 자신의 몸을 부축해 준 김정숙 여사의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아 돈을 번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렇게 (번 돈으로)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너무 행복했고 좋았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그게 너무나 좋아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며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면서 "방금 내밀어 주시는 (김 여사의) 손을 잡으니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 손이 생각나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박 할머니에 대해 "옆자리 영부인이 가장 크게 울고 계셨다"면서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은 한 세계였다"고 적었다.
박 할머니는 15살 무렵부터 50여년 간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3천만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기부했다.
박 할머니는 60대에 김밥 장사를 그만둔 뒤에는 지적 장애인 11명을 집으로 데려와 20여년간 돌보는 등 기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에 LG 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