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의도적으로 살해·방치했다고 보기 어려워”
지난해 7월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말다툼을 벌인 남녀 커플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 / 사진=MBN
‘교제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유족 측은 1심에 불복해 검찰에 항소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재판부 “평범한 취준생…잘못 뉘우쳐”
구속심사 마친 '데이트폭력' 30대 / 사진=연합뉴스
오늘(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황예진 씨를 무차별한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이 모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자친구였던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어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교제살인 내지 폭행살인의 일반적인 유형”이라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연인으로 귀책 사유를 만들었고, 이 사건 직전에도 서로 헤어지자 다퉜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전 취업을 준비하며 평범히 살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상해를 가하고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방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유족 측 “살인 감형하는 나라서 자식 키우고 싶지 않아”
재판부의 판결을 들은 유족 측은 “검찰이 항소해주길 바란다. 안되면 1인 시위라도 하겠다”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딸이 죽었는데,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회 초년생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감형을 해준다고 한다”며 “살인자를 감형해주는 법을 보여주는 나라에서는 자식 키우고 싶지 않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아울러 범죄심리학 및 법의학자에게 사건을 의뢰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를 검찰과 재판부가 거절했다며 “폐쇄회로(CC)TV로만 재판이 진행돼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폭행은 참작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7월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말다툼을 벌인 남녀 커플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 / 사진=MBN
한편, 이 씨는 지난 7월 25일 오피스텔 1층 출입구에서 황 씨의 목과 머리 등을 약 10여 차례 밀쳐 벽에 부딪히게 하고, 몸 위에 올라타 폭행을 가했습니다. 이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황 씨를 엘리베이터로 끌고 간 후 바닥에 방치했습니다.
이 씨는 119에 ‘여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셔 취해 넘어졌다’며 거짓 신고했습니다. 황 씨는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여 일 만인 8월 17일 숨졌습니다.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