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과부하’… 정보 없는 확진자 ‘발동동’
“아이 확진 뒤 53시간 방치”
격리 안내·구호품 등 지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376명 발생한 9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
“애가 확진됐는데 보건소에서는 연락 한 통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김모(34)씨는 몇주 전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달 15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 연수구의 한 병원에서 아이(6)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보건소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연수구 보건소에서 전화가 온 것은 확진 뒤 ‘53시간’이 지난 17일 오후 9시30분이었다. 김씨는 “어떻게 격리하는지, 증상이 심해지면 어떻게 할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만 검색하며 방치됐다”고 말했다.
연수구는 거주지인 강남구로 확진 정보를 이관하겠다고 했지만, 아이는 또 하루가 지나서야 재택치료 대상자로 등록됐다. 그것도 김씨가 연락해서 이뤄진 조처다. 김씨는 “강남구는 18일 저녁까지도 아이의 확진 사실을 몰랐다. 확진 후 72시간이 지나서야 관리 대상이 된 것”이라며 “아이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몰라 인터넷으로 의료용 산소통 구매를 알아봤다. 국가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수개월째 하루 수천명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방역 현장에서는 확진자에 대한 안내 등 적절한 조치가 늦어지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확진자들은 스스로 관련 정보를 찾으며 ‘알아서’ 격리하고 약을 챙겨 먹는 실정이다. 정부의 의료대응체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사진=광주 북구청 제공 |
9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확진 통보 후 며칠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재택치료’가 아닌 ‘재택방치’”라고 정부를 성토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A씨는 “확진 판정 후 10일이 될 때까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확진자는 확진일로부터 10일이 지나면 ‘완치자’가 돼 격리가 해제된다. 재택치료를 할 경우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제공되고 매일 의료진이 상태를 체크하지만, 격리 해제일까지 어떤 조치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남편이 확진된 B씨는 “남편 증상이 심해지는데 보건소는 사흘 뒤에야 연락이 왔다”며 “검색해서 약을 먹고 밀접접촉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제 연락만 기다리고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코로나19 준중증·중등증병동 의료인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
방역현장 관계자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밤낮없이 일하지만 확진자가 많아 버거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임시직을 충원해 보건소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며 “방역 대응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