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과 구조대원들이 9일(현지시간) 뉴욕시 브롱크스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 뉴욕시의 고층 아파트에서 9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9명이 숨졌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뉴욕 브롱크스의 19층짜리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2~3층에 있는 한 복층 아파트에서 시작됐으며 연기가 치솟으면서 건물 전체를 뒤덮을 정도였다.
화재 신고가 접수되자 약 200명의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했다. 출동 당시 이미 불길이 아파트 창문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소방당국은 거의 모든 층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견됐으며, 다수는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 상태였다고 밝혔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초 불이 난 아파트 문이 열려있어서 연기가 건물 전체로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아파트 주민인 크리스털 디아스는 AP통신에 연기가 출입문 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물에 적신 수건을 문틈에 끼우고 버텼다면서 “창 밖을 내다 봤더니 모포로 감싼 사망자 시신이 밖으로 옮겨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 당국자는 사망자 가운데 9명이 16세와 그 이하 어린이로 파악됐다면서 병원에 후송된 부상자 가운데 최소 13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니얼 니그로 뉴욕 소방국장은 희생자들이 심각한 유독가스를 흡입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1972년 건립됐으며 120가구를 수용할 수 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규모가 끔찍할 정도”라면서 “현대 뉴욕에서 목격한 최악의 화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현대에 접어든 이후 뉴욕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는 지난 1990년 브롱크스의 해피랜드 나이트클럽 방화 사건이었다. 당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여자친구와 다툰 훌리오 곤살레스가 클럽에 불을 질러 87명이 숨졌다.
아파트 화재로는 지난 2017년 역시 브롱크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13명이 숨진 사고가 가장 컸다. 뉴욕 역사상 최악의 화재는 1911년 로어맨해튼의 한 공장에서 140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미국에서는 지난 5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연립주택에서 불이 나 어린이 7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지는 등 대형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