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아파트 중도금만 1000억…속타는 신한·농협은행

by 민들레 posted Jan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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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신용 연계된 집단대출 구조
역대 초유 사태에 후속 처리 불명확

 

11일 외벽이 무너져 내린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의 모습.

 

신축 현장에서 붕괴 참사가 불거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광주 화정 아이파크' 단지의 중도금이 최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관련 대출을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초유의 사태인 만큼 후속 처리를 둘러싼 전망도 명확치 않은 가운데, 건설사의 신용을 끼고 이뤄지는 중도금 대출의 특성 상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대응을 지켜만 봐야 하는 은행들의 속도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서구 화정 아이파크 2단지의 중도금 대출을 담당한 금융사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다.

두 은행은 가구의 면적 등 건축 타입에 따라 중도금 대출을 나눠 실행했다. 중도금은 지난 달 중 4차까지 납부됐고, 오는 3월과 7월에 각각 5차와 6차 중도금 납부가 예정돼 있다.

해당 단지의 전체 중도금 규모는 1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 당 1631만원으로, 계약금 10%와 중도금 60%, 잔금 30%로 이뤄졌다.

이를 기준으로 한 전용 84㎡ 입주 예정자의 분양가는 5억5454만원으로, 이 중 중도금은 3억3272만원 가량이다. 여기에 2단지 아파트가 316가구임을 감안하면 총 중도금은 1051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통상 아파트 입주 예정자는 금융사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분할 납부한다. 그리고 입주 시 이를 잔금대출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중도금 대출은 집단대출로 구분된다. 이는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특정 차주들에게 공동 실행되는 여신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신규 분양 혹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입주 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취급되는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대출이 여기에 속한다.

13일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현장에서 119 구조대원과 구조견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금융비용 처리 갈등 '불씨'…분쟁 소지


문제는 이런 집단대출이 차주와 은행 간 직접 거래가 아니라 건설사의 신용이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분양 시 중도금 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외부 기관의 보증을 기반으로 건설사가 자신의 신용을 더해 특정 은행과 협약을 맺고, 은행을 이를 토대로 입주 예정자에게 대출을 내주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난 서구 화정 아이파크 2단지의 중도금 대출을 둘러싼 책임에서 건설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아파트의 시행사는 HDC아이앤콘스,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로 모두 HDC그룹의 계열사다.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으로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향후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만 봐야 하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 그 동안 진행된 중도금 대출을 물려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경우 은행 측이 잃게 된 이자 기회비용 등을 HDC현대산업개발에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만 향후 전개 과정을 예측하기엔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정밀구조 안전진단 등을 거쳐 현장 재시공 방법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입주가 얼마나 미뤄질지 알 수 없는 현실에 주민들이 계약 취소를 요구하고 사측이 불응한다면 갈등이 장기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워낙 유래를 찾기 힘든 사례여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건설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중도금 대출의 성격을 고려하면 향후 이에 대한 금융비용 처리를 두고 은행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분쟁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