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고교 동창 9차례 흉기로 찔러 유죄 판결 받아
피해자 가족 "그는 영웅 아니다···동생 장애인 만들어"
미국 메릴랜드 대학 병원에서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이 담당 의사 바틀리 그리피스와 사진을 찍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아 화제가 된 말기 부정맥 환자가 중범죄를 저질러 10년형을 선고 받은 흉악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 등 외신은 최근 미국 메릴랜드대 병원에서 돼지 심장을 성공적으로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57)이 34년 전 고등학교 동창인 에드워드 슈마커(당시 22세)를 흉기로 9차례나 찔러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베넷은 1988년 당시 자신의 부인이 슈마커의 무릎에 앉아 함께 어울렸다는 이유로 그의 복부, 가슴 등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찔렀다. 베넷은 범행 뒤 차를 타고 탈주극을 벌인 끝에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후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직후 슈마커는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됐으며 결국 41세의 나이로 숨졌다. 슈마커의 가족은 베넷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340만 달러 배상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베넷은 6년을 복역한 뒤 1994년 조기석방 됐으며, 슈마커 가족에게 단 한 푼의 배상금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출소 후 베넷은 기술자로 살아오다 지난해 10월 심부전증을 앓게 됐다. 그는 심장 이식 수술을 신청한 뒤 자신의 차례가 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나 메릴랜드대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인류 최초로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 연방정부는 그에 대한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허가했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슈마커의 누나는 "돼지심장 이식 소식을 보고 획기적인 과학성과라고 생각하다가 환자 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부르는 게 가슴 아프다. 우리 가족에게 그는 결코 영웅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수년간 참상과 트라우마로 시달려야 했다"며 "그는 새 심장으로 새 삶의 기회를 얻었지만 내 동생은 그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심장은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메릴랜드대 측은 베넷의 범죄경력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으나 “의료 서비스 제공자는 모든 환자를 배경이나 삶의 환경과 관계없이 치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모든 병원이나 의료기관은 의학적 필요에 따라 들어오는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게 의무"라며 "다른 기준이 개입되면 위험한 선례가 되고 의사와 간병인이 환자에 대해 갖는 윤리, 도덕적 가치를 위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넷의 범죄 경력 논란에 대해 그의 아들은 "아버지 과거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아버지 심장 이식은 과학의 기적이고 미래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술과 과학에 기여하려는 아버지의 소망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