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은 너무 길다. 주 4일 근무 등 반드시 노동시간을 단축해나가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추진돼야 되고, 또 가능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지난 2004년 7월 전격 시행된 주 5일제 근무는 그야말로 오랜 옛말이 됐다. 정치권과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근무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삶과 일의 균형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시대적 흐름이 큰 영향을 미쳤다.
IT업계에는 이미 ‘업무시간 단축’ 바람이 불고 있다. ‘주 32시간 근무’, ‘주 4일제’ 등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이를 도입한 기업들의 실험으로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불식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주 4일제를 도입하겠다는 대선 공약도 등장했다.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대기업에서도 업무 단축을 도입하는 추세다.
CJ ENM은 올해부터 사실상 주 4.5일제를 시행한다. 엔터테인먼트 부문 임직원 2200여 명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는 자기 개발 활동을 하는 ‘B.I+(비아이 플러스)’ 제도를 도입했다. 금요일 오전 업무를 시작한지 4시간이 지나면 업무용 PC가 저절로 꺼진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CJ ENM 센터 [CJ ENM 제공]
그간 주 4.5일제, 주 4일제 등은 스타트업 및 IT기업에만 해당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기업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CJ ENM뿐 아니라 SK텔레콤, SK수펙스 등도 부분적인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격주로 주 4일제를, SK텔레콤은 매달 셋째주 금요일을 ‘해피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의 전사 휴무일로 정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부터 주 32시간제를 도입한다. 앞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송년행사에서 “내년부터 주 32시간 근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운영 중이지만, 근무시간을 더욱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월요일에는 오후 1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고 화~금에는 지금보다 30분 일찍 퇴근하는 방식이다. 월요일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직장인들의 고질적 증상인 ‘월요병’이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요병은 월요일 아침에 특히나 피곤한 상태를 말한다.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다시 출근, 등교를 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123rf]
숙박앱 ‘여기어때’도 주 4.5일제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한달에 한번 있던 ‘놀금’ 제도를 격주로 확대했다. 또한, 매주 월요일엔 오전 10시 30분 출근을, 금요일엔 오후 5시 30분 조기 퇴근을 시행하고 있다.
‘완전한’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교육기업 에듀윌은 주말과 원하는 요일에 하루 더 쉬는 주 4일제를 운영 중이다. 평생교육기업 휴넷은 이달부터 주 4일제를 도입, 주 32시간 근무에 들어간다. 주 4.5일제를 도입한지 2년만에 주 4일로 확대했다.
일각에서는 근무 시간 단축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거란 우려에서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도입한 기업들은 오히려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분위기다. IT업계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줄면 오히려 업무 집중도가 올라가더라”라며 “최근 기업들이 업무시간을 더욱 줄이는 것도 근무시간과 일 효율성이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4.5일제, 주 35시간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여기어때 [여기어때 제공]
이같은 결과에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주 4일제 도입을 메인 공약으로 삼았다. 그는 대선후보 연속 대담에서 “우리나라 KDI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보더라도 1인당 1.5배의 생산성 향상이 있다”며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추진돼야 되고 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해 “주 52시간은 너무 길다. 주 4일 근무 등 장기적으로 반드시 노동시간을 단축해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공언한 바 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