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녹화 진술
헌재 대책 없는 위헌 결정 후폭풍
2차 가해 우려, 보호장치 시급하다

 

헌법재판소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처벌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린 후폭풍이 거세다. 대표적 아동 성폭행 사건인 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의 한 장면. [영화 스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처벌법 조항을 위헌이라 결정한 여파다. 그간 아동ㆍ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는 법정 진술 없이 한 차례 영상 녹화 진술만 하면 됐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지난 3일 검찰은 성폭력 사건으로 소송 중인 6세 아동에게 법정 진술을 요청했다. 영상 녹화 진술을 마친 상황이지만 3년 전인 3세 때 벌어진 사건에 대해 가해자 앞에서 재진술해야 한다. 아동 측 오선희 변호사는 한 인터뷰에서 ”(헌재가) 실무를 고려한 결정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미취학 아동은 가해자의 행위가 성폭력인지도 잘 모르는데,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원하면 법정에 나가 몇 년 전 일을 떠올려 피해 사실을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피해자가 5세든 6세든 혹은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아이도 법정에서 친부를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다.
우리 법원은 2004년 처음 아동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을 증거로 채택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2010년에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피해 진술 영상 녹화제도’가 입법화됐다. 조두순 사건(2008년)이 계기였다. 성폭력 피해 아동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범죄 트라우마를 입거나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와 공분의 결과였다.
이번 헌재 위헌 결정 배경에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있다. 영상 진술 녹화는 반대신문이 불가하기 때문에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아동ㆍ청소년 성폭력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와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장치가 없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라 후폭풍이 크다. 여성변호사협회 등은 “한 번의 진술조차 어려운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해 몰이해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은 중요하지만 특별히 보호해도 모자랄 피해 아동에게 법정이란 낯선 환경에서 ”정확하게 말하라“고 압박하고, 가해자를 대면하게 하는 것 자체가 공포이자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다. 영상 녹화 진술을 못 쓰니 매번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수사기관과 1, 2심 법정에서 반복 진술해야 할 수도 있다. 아동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왜곡된다는 점을 노려 법정 싸움을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끌어 갈 가능성도 있다. 헌재는 2013년엔 같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었다.
어쨌든 보완 입법이 될 때까지 미성년 피해자들은 줄줄이 법정에 불려 나갈 참이다. 지난주 대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연구회'의 긴급토론회에서는 “정당한 방어권을 넘어 2차 피해를 야기하면 법원은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오정희 서울고검 검사),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신문 사항을 대신 물어봐 직접 신문을 최소화해야 한다”(김동현 사법정책연구원 판사)는 등의 제안이 쏟아졌다. 미성년 피해자의 보호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이 조화를 이루는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유엔 등 국제인권법 조항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되 아동이 가해자로부터 반대신문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미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중 고등학생에 해당하는 16∼19세 피해자는 영상 녹화 진술과 별개로 법정 출석을 요구받는 사례가 많다.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거나 “먼저 꼬인 것 아니냐” “거부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않았느냐” “성관계 경험이 있지 않으냐”는 등 성인들도 버티기 힘든 2차 가해가 빈번하다.
더 큰 문제는 소송과정에서 아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우려해 아예 신고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다. 벌써 “도저히 아이를 법정에 못 내보내겠다”며 고민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한다. 방어권 보장은 중요하지만 어째 우리 법정은 진짜 억울한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억울한 사정을 헤아리고, 진짜 무고한 피해자보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걱정하는 듯하다.

 

중앙일보


  1. 오미크론 빠르게 확산 다음주 확진자 1만명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무력화
    설 연휴 지나며 오미크론 대유행 가능성 커 전문가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의미없어 "의료체계 정비가 더 효과적" 비수도권의 선별진료소에 설치된 모니터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사례' 발생을 알리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적모임 인...
    등록일: 2022.01.20
    Read More
  2. 음성 양계장서 불…1만8000마리 폐사
    [음성=뉴시스] 19일 오후8시9분 충북 음성군 맹동면 한 양계장에서 불이 나 2개동을 모두 태운 뒤 40여분만에 꺼졌다. 이 불로 닭 1만8000마리가 폐사했다. (사진=음성소방서 제공) 2022.01.20. 19일 오후8시9분께 충북 음성군 맹동면 한 양계장에서 불이 났다...
    등록일: 2022.01.20
    Read More
  3. 만취해 남의 차 타려던 40대 남성…출동한 경찰도 폭행
    만취 상태로 남의 차를 타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40대 남성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지난 18일 오후 9시40분쯤 서울 용산구 삼각지파출소 인근...
    등록일: 2022.01.20
    Read More
  4. 신길동 아파트서 '만취운전' 차량 4대 들이받은 20대 여성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다 아파트 내 주차된 차량 4대를 들이받은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대 여성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8일 오후 10시10분쯤 서울...
    등록일: 2022.01.20
    Read More
  5. '성추행 유죄' 배우 조덕제, '피해자 명예훼손'도 징역 확정
    성추행 피해자 배우 명예훼손한 혐의 1심, 징역 1년…2심서 11월로 감형돼 2018년 성추행 혐의로 유죄 확정받아 자신이 성추행한 것으로 조사된 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조덕제씨가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
    등록일: 2022.01.20
    Read More
  6. 김현성♥모니카, 열애 고백→당당히 1000일 기념‥13살 나이차이 무색
    13살 나이 차이를 자랑하는 김현성 모니카 커플이 1000일을 맞았다. 모니카는 1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현성과 찍은 사진을 올리고 "1000일 기념 에피소드 대방출"이라는 장문의 글을 적었다. 해당 글에서 모니카는 김현성과 처음으로 노래방을 함...
    등록일: 2022.01.19
    Read More
  7. 첫키스→혼전임신 고백..장동민, 만난지 두 달後에 결혼할 만하네!
    ‘신발벗고 돌싱포맨’에서 장동민이 러브스토리를 탈탈 털었다. 초고속 첫키스에 이어 혼전임신까지 고백하며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18일 방송된 SBS 예능 ‘신발벗고 돌싱포맨’에서 하하와 장동민이 출연했다. 이날 하하부터 새신랑 장동민이 방문, 특히 새신...
    등록일: 2022.01.19
    Read More
  8. 초등학생 희망 직업 3위 교사, 4위 유튜버…1·2위는?
    지난해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를 희망직업으로 꼽은 학생들이 늘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디랩 사무실에서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있는 모습. 우상조 기자 학생들의 희망 직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컴퓨터 공학자의 순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
    등록일: 2022.01.19
    Read More
  9. 공군 ‘성추행 사망’ 가해자 집행유예…“딸 유서 추정 노트 밝혀달라”
    유족 재수사 요청 뒤 성추행 혐의 추가 “노트 은폐하지 않았는지 진실 안 드러나” 유족, 군검찰에 항소해 달라고 강력 요청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군인 ㄱ하사 성추행 사망사건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등이 선고됐다. 지난해 사회적 공분이 컸던 공군 ...
    등록일: 2022.01.19
    Read More
  10. 2035년 18개 노선·270개 역…부산 누비는 ‘특급’ 도시철도망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역에서 동해선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부산일보DB 18일 국토교통부의 최종 승인이 난 ‘부산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2차 변경안’에 담긴 대로 부산 내 도시철도 사업들이 계획에 맞춰 추진된다면 부산 전역에 도시철도가 더욱 촘촘하게 배...
    등록일: 2022.01.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62 563 564 565 566 567 568 569 570 571 ... 641 Next
/ 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