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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인수후 10년

10년전 하이닉스 부실 심해
"인수하면 부담" 싸늘한 시선

"실패하면 국가에 기부채납"
최태원 회장 결단으로 인수

SK 대규모 투자로 급성장
반도체 매출 세계 3위로


 

SK하이닉스가 다음달 14일이면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는다.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당시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서는 싸늘한 시선이 많았다. 인수를 주도했던 SK텔레콤 주가는 폭락했고, 인수를 중도에 포기했던 효성 현대중공업 STX 등이 승자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반도체는 사이클이 뚜렷한 산업이다. 사이클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10년 가까이 부실기업이었던 하이닉스로서는 적기에 투자하지 못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SK에 커다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SK하이닉스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매출 기준 삼성전자와 인텔 다음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3조5000억원가량이다. 그런 회사가 지금은 시가총액 90조원 규모 SK그룹 대표 기업이 됐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SK하이닉스는 지속적으로 성장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SK그룹의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뤄진 대규모 적기 투자 덕에 가능했다. 공격적인 투자는 성공적인 경영 실적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주기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편입 이후인 2012년 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됐다. 이후 업황 하락기였던 2016년과 2019년을 제외하고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1만9601명이었던 임직원 숫자는 50% 이상 늘어나 지난해 3만명에 달하게 됐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11조8053억원, 영업이익 4조1718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며 창사 이래 분기 단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초기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하는 사업인데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탄탄한 재무적 지원을 한 것이 지금의 성장 비결"이라며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난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을 양대 해외 거점으로 삼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1단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전 세계 낸드 시장에서 선두권 기업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사업전략으로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한다는 '인사이드 아메리카'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SK하이닉스 본사 차원에서 미주 사업 조직을 신설했고,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 착공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라인 확대도 지속한다. 기존 우시 D램 공장을 확장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인텔의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을 품었다. 우시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 구축까지 끝내면 SK하이닉스는 D램·낸드·파운드리 3개 부문에서 모두 현지 대응이 가능해진다. 우시 공장이 정비를 마치고 본격 가동하면 매월 8인치 웨이퍼 기준 10만장 이상을 찍어내는 생산기지로 거듭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도 미래를 위한 대단위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 경기도 용인 원삼면 일대에 최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확장되는 생산라인에서 양산될 신제품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업계 최초로 HBM3 D램을 개발하며 차세대 메모리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배경에는 오너인 최태원 회장(사진)의 결단과 이를 실행에 옮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2인3각 체제가 있다. 당시 SK텔레콤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는 사업개발실을 이끌었던 박 부회장은 젊은 직원들로 인수준비팀을 꾸리고 산업의 맥을 짚는 보고서 작성을 통해 인수에 회의적이던 그룹 내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 회장도 하이닉스 인수 후 직접 공동대표를 맡아 책임경영을 선언했고 회사 인근 대형 호프집을 빌려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등 안팎으로 노력했다. 또 "M&A가 실패하면 하이닉스를 국가에 기부채납하겠다"는 각오로 뚝심 있게 정상화의 길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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