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체계 전환’ 유보…“2월 1만여명” 예상에 위기감
정부 “‘확진 7천명’ 기계적 기준 아냐” 일주일 만에 말바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서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천명에 임박하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의 오미크론 방역대책 준비 상황은 더디기만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오미크론 확산 대비 방역·의료 대응체계 전환 준비’ 자료를 내고 하루라도 확진자 수가 7천명을 넘기면 즉시 ‘오미크론 방역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던 정부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20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확진자 7천명이 (방역체계 전환을 위한) 기계적인 기준은 아니다. 요일별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시기가 있으므로, 확진자가 평균 7천명 규모가 되면 방역체계를 전환할 것”이라며 “동네 의원이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는 것은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하므로, 방역체계를 전환한다고 해도 일정 시점에 의료체계가 완전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수가 7천명을 넘어서면 즉시 ‘대비단계’(일일 확진자 5천명까지)에서 ‘대응단계’로 전환하고, 진료체계를 현재 대형병원 중심에서 동네 병·의원 중심으로 바꾸겠다던 정부가 방역체제 즉시 전환을 유보한 것이다.
정부가 방역체계 전환 시점을 늦춘 이유는 아직 의료대응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7천명을 넘기면서 위중증 환자 급증으로 병상 부족 사태를 겪었다. 이에 방역당국은 확진자 7000명을 체계 변경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오미크론은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현저히 낮아 아직까지는 의료대응 여력이 남아있다.
백신 3차접종률도 지난해 12월에 견주면 크게 늘어 최근 1주간 재원 위중증 환자는 659→626→612→579→543→532→488명으로 줄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75%를 맴돌며 의료체계를 압박했던 지난해 12월과는 상황이 다르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3.4%(2094개 가운데 490개 사용)로,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의료대응 체계에 여력은 있지만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권준욱 방대본 제2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월요일 3천명대까지 줄었던 하루 확진자 수가 6600명을 넘어섰다”며 “설 연휴 기간 확산세를 통제하지 못하면 2월 말에는 하루 1만명에서 1만5천명까지 신규 확진자 발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확진자 증가 속도에 비해 새로운 방역체계 준비는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미크론 방역대응 실험은 이제서야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사회는 동네 의원이 재택치료 관리에 참여하는 ‘재택치료 의원급 관리의료기관 서울형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별 의원에서 건강 모니터링과 비대면 진료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서울에서는 ‘센터 협업모델(야간에 재택치료지원센터에서 응급대응)’을 이날부터 시작했고, ‘24시간 당직모델(밤 10시까지 개별의원, 심야엔 7~10개 의원 컨소시엄 형태로 모니터링)’도 준비중이다. 경기도(안성)는 24일부터 보건소가 아닌 지역 의료기관 중심의 ‘안성시 모델’ 시범사업 시작을 앞두고 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이번 주말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 급증의 시점이 우려되는데 재택치료 모델 도입이 많이 늦은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여전히 국민들은 어디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고 있다. 재택치료 모델도 현장에 잘 운용이 될지 어떤 문제가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 12월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감염 억제 효과는 한달이면 효과가 떨어지고, 오미크론 변이가 증가해 1월 말이면 확진자 1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왔었다. 준비를 일찍부터 했어야 했는데 계속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