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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공범은 아니다"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다만 쌍둥이가 서로의 공범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관형·최병률·원정숙)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자매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쌍둥이 B씨는 병원에 입원해 이날 선고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B씨는 지난 항소심 결심공판에도 불출석한 바 있다. 재판부는 B씨 출석 없이 주문을 낭독했다.

재판부는 A씨 자매가 아버지로부터 사전에 정답을 미리 받아서 성적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봤다. 시험지에 미리 적힌 소위 '깨알정답',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힌 정답, 포스트잇 등이 모두 유죄 근거로 사용됐다.

재판부는 "메모장에 정답이 적힌 것에 대해 시험 끝나는 날에 한번에 채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같은 해명을 믿기 어렵고 오히려 메모장과 포스트잇은 미리 유출된 답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2018년도 2학년 1학기 자연계열 화학 서술형 문제 중에 유일하게 (정답) 정정 전 답을 기재한 것을 두고 "시험 이후 오류를 제기해야 하지만 대부분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을 골랐다. 사전 유출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 자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린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위법수집증거 ▲국민참여재판 불회부 이유 미기재 ▲전문가 의견서 채택 불가 등 주장도 배척했다.

다만 서로의 공범이 아니라는 A씨 등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아버지를 통해 서로의 범행을 알게됐을 뿐 서로의 범행을 실행할 때 핵심적인 결과를 계획적으로 조정하는 등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아버지로부터 정답을 유출받아 1년 기간 동안 5회에 걸쳐 부당 시험을 봤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하던 같은 학생들에게 직접 피해를 줬고, 공교육 등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방해의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아서 서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1심과 달라진 사정이고, 현재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법정에 나온 A씨 자매 아버지 C씨는 재판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법이 모순적이라도 양심만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A씨 측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1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자매에게 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는 것이 피고인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고 마음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A씨 등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이 학교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C씨로부터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받는 등 숙명여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아버지와 공모해 위계로써 숙명여고의 학업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범행 당시 만 15~16세였고, 현재도 소년법이 정한 소년으로 인격 형성 과정에 있다"며 "아버지가 무거운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고, A씨 등도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분됐다"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C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으며, 현재는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상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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