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3월까지 60% 오미크론 감염 전망
미국에선 2월 중순 정점 찍고 하락세 예상
"풍토병 전환은 아직 일러… 새 변이 경계"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기념품 판매점 앞을 지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유럽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조만간 급격히 꺾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결국 팬데믹(pandemicㆍ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종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23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팬데믹이 ‘엔드게임(최종단계)’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3월까지 유럽 인구 60%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현재 유럽을 휩쓸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급증세가 진정되고 나면 상당수가 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면역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에 몇 주나 몇 달간은 잠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연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더라도 팬데믹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WHO 유럽사무소는 중앙아시아를 포함해 53개 국가를 관할하고 있다. 18일 기준 관할 지역 내 전체 코로나19 신규 감염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1주일 전(6.3%)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AFP는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지배종 델타 변이와 비교해 전파력은 더 강하지만 백신 접종자에게선 증세가 덜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이제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절성 독감처럼 바뀌기 시작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클루게 소장은 엔데믹(endemicㆍ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예상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그는 “엔데믹이란 무슨 일이 발생할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우리를 놀라게 했듯, 다른 변이가 또 출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진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이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월 중순까지 대부분의 주(州)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과신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미국보다 앞서 오미크론 변이 파동을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 이스라엘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찍은 뒤엔 급격하게 하락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은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자체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14일 기준 80만6,800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22일 기준 확진자는 일평균 70만5,878명으로, 전날과 비교해 1만5,000여 명 감소했다.
파우치 소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북동부 지역처럼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사태는 방향이 전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코로나19가 결국엔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 질병에 통합되겠지만, 여전히 더 위험한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