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락처를 휴대전화에서 삭제했다는 이유로 자고 있던 남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 김성주)는 2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39·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22세라는 젊은 나이에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며 “계획적인 살인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범행 당시 살해 의사가 확고했고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기에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범행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참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범 위험성이 낮고 최근 무기징역이 선고된 사건과 균형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참작하면 피고인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6일 오전 11시45분께 전북 전주시 우아동 한 원룸에서 남자친구 B씨(당시 22)의 가슴과 목 등을 흉기로 34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흉기에 찔린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신체 곳곳에 큰 상처를 입어 숨을 거뒀다.
범행 당일 원룸에 찾아간 A씨는 자고 있던 B씨의 휴대전화에 자신의 연락처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격분하고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 휴대전화에 내 번호가 지워져 있어 화가 나 그랬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주소록에 피고인의 이름이 저장돼 있지 않아 살해했다는 범행 동기는 엽기적이며, 납득도 되지 않는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