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확대 ‘브라질리언 버트 리프트’ 수술 폭증
개미 허리에 풍만한 엉덩이, ‘21세기 대세 몸매’로
소셜미디어로 왜곡된 이미지 선망, 터키-남미 원정 수술도
엉덩이 하대정맥, 심장에 직결... 성형술 중 치사율 최고
'
모래시계 몸매' 열풍을 몰고 온 미국 방송인 킴 카다시안(41)이 지난 2019년 뉴욕 메트 갈라쇼에 참석한 모습. /코스모폴리탄
미국에서 10~30대 여성들이 풍만한 ‘모래시계형 몸매’를 갖기 위해 엉덩이를 확대하는 성형 수술에 뛰어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로 확산된 비현실적 몸매를 갖기 위해 수술을 감행하는 젊은 여성들의 정신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뉴욕타임스와 미국성형학회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 성형수술 분야에서 가장 크게 폭증하는 수술이 바로 엉덩이 확대술이다. 2015년께부터 2021년까지 매년 수술 건수가 2~5배씩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술은 일명 ‘브라질리언 버트 리프트(Brazilian Butt Lift)’, BBL로 불린다. 수술명에 ‘브라질’이 들어간 것은 브라질 미녀처럼 극적으로 크고 동그란 엉덩이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는 설, 1960년대 이 수술법을 처음 개발한 의사가 브라질 국적이었다는 설 등이 있다.
BBL은 과거 엉덩이에 인공 필러나 보형물을 넣던 방식에서, 최근엔 가슴과 배, 등에서 자가 지방을 빼내 엉덩이에 이식하는 전신 성형이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비용은 한화로 500만원~1500만원 선이며, 사후 마사지와 유지를 위한 보조 용품 구매 가격이 더해진다고 한다. 미국 내에선 LA와 마이애미, 휴스턴,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많이 성행한다. 터키나 남미에 가면 ‘반값 BBL’이 가능해 원정 수술을 감행하는 경우도 많고, 수천만원 빚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성형의사가 공개한 엉덩이 확대술, 즉 '브라질리언 버트 리프트(BBL)'의 전후 비교 모습. 그러나 BBL 수술은 현존하는 미용 성형 중 치사율이 3000분의1로 가장 높다. /인스타그램
미국에선 최근 젊은 여성들이 엉덩이 확대술을 받았다가 극심한 출혈과 통증에 시달리거나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심지어 사망한다는 뉴스가 종종 올라온다. 그럼에도 수술 열풍은 10대 미성년자에까지 번지는 추세다. 소셜미디어 틱톡에선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는 풍만한 체형’을 뜻하는 #slimthick이란 해시태그가 2021년 1억3400만 태그를 기록하고, ‘엉덩이 수술 전후’ ‘엉덩이 수술 정보’ 등을 내용을 담은 #BBL은 37억 뷰를 기록했다.
미국에선 1990년대부터 2010년께까지도 모델 케이트 모스 같은 깡마르고 가냘픈 몸매가 각광 받았다. 소녀들의 극심한 다이어트와 거식증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5~6년 전부터 이런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남성들이 여성들의 볼륨있는(curvy) 몸매를 더 매력적으로 여긴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육감적 몸매로 유명한 가수 제니퍼 로페즈, 모델 겸 방송인 킴 카다시안과 여동생 카일리 제너 등이 이런 트렌드를 선도했다. “너 엉덩이 커보여”라는 말은 과거 미국에서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욕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최고의 찬사다. 소셜미디어에선 이런 몸매를 과시하는 여성들이 ‘인플루언서’가 됐다.
일명 '킴 카다시안 일가'로 유명한 동생 카일리 제너(24). 깡마른 일자 몸매였다가 성인이 되면서 언니 같은 몸매로 갑자기 바뀌더니 억만장자 인플루언서가 됐다. /인스타그램
문제는 킴 카다시안 같은 몸매가 보통의 히스패닉이나 흑인 여성들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몸매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살이 쪄서 엉덩이가 큰 게 아니라 허리는 비현실적으로 가늘고 엉덩이와 골반, 허벅지 부위만 비대해야 한다는 ‘법칙’이 있다.
뉴욕포스트는 “킴 카다시안도 ‘X-레이를 찍어도 엉덩이·골반 보형물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자가 지방 이식술 의혹이 끊이지 않는데다, 인스타그램 등에 몸매를 더 과도하게 보정한 사진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스무살에 억만장자가 된 동생 카일리 제너도 10대까지만 해도 일자형 몸매였다가 성인이 되자 갑자기 언니처럼 극적인 모래시계 몸매가 됐다는 의혹이 있다. 이런 몸매는 단순한 유전이나 운동만으로 갖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BBL 수술은 현존하는 각종 미용 성형 중 치사율이 가장 높은 수술로 알려져있다. 영국 성형학회에 따르면 BBL 수술을 받은 환자 6000명 중 2명이 사망했다는 통계가 있다. 미 남부에선 지난 8년간 BBL 수술을 집도해 환자 8명이 사망했는데도 클리닉 이름을 바꿔 계속 영업하는 의사도 있다고 USA 투데이는 전했다. 반면 “생명을 위협하는 BBL 수술을 하지 않겠다”며 ‘양심 선언’을 하는 의사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 20대 여성이 지난해 BBL 수술을 받은 경험담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모습. 며칠 동안 큰 출혈이 있었다고 한다. /유튜브
BBL이 위험한 이유는 엉덩이에 심장으로 직결되는 큰 정맥인 ‘하대정맥’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엉덩이엔 아주 긴 캐뉼라(인체에 투입하는 튜브)를 써야 하는데 숙련된 의사들도 캐뉼라 끝을 완벽히 통제하기 힘들어, 이식하려는 지방이 혈관으로 잘못 흘러들어가는 일이 많다고 한다. 죽은 지방 세포가 하대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직행, 심장과 폐를 틀어막아 즉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BBL 수술을 위해선 최소 3~5곳 대형 절개를 해야 해 출혈이 매우 크다고 한다.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다 BBL 수술을 받았다는 한 20대 미 여성은 뉴욕타임스에 “첫 몇 주간은 엉덩이를 대고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었다. 잠을 자기 위해 의자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고 말했다. 엉덩이 지방 세포가 착생하는 비율도 절반 정도에 그친다. 한 30대 여성은 여성지 코스모폴리탄 인터뷰에서 “남자친구가 수술비를 대주겠다고 해서 힘들게 수술을 했는데, 얼마 지나니 엉덩이가 다시 납작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