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5000만원도 2억원밖에 못 빌려…너무해”
1금융권 대출 모자란 차주들, 2금융권으로 손벌리기도
여유없는 집주인, 계약금 10% 조기반환 관례도 거절키도
[헤럴드경제DB]
“조정대상지역 1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저도 현재 남의 집에서 월세살고 있습니다. 제 집 전세입자 만기가 3월이라 제가 실거주 들어가려 반환대출을 알아보는 중인데 큰일이네요. 시세 12억원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5억원인데 차주단위 DSR이란게 생겨서 2억원밖에 안 나옵니다. 제 소득이 연 5000만원으로 적지 않은데, 왜 이렇게 어려운건가요.”(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이용자)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증금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소득 대비 반환해야할 전세보증금이 클수록 잔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위 사례처럼 1금융권 대출로 2억원까지 밖에 못 빌리는 경우엔 나머지 3억원을 제2금융권을 통해서 융통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이 35조9000만원 늘어 전년 11조5000억원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바 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된다. 올해 7월부터는 차주별 DSR 적용대상이 총대출 2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더 강화돼 2금융권 이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들 중에는 플랜B를 고민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서울 1주택자이면서 세입자인 김 모씨는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올라서 반환대출(시세의 40%)을 받으면 충분히 전세보증금을 내주고 제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다고 봤다”면서 “그런데 DSR규제 때문에 한번 더 전세를 돌리고 저도 2년 더 남의 집 살이를 할 판이다”라고 밝혔다. 1금융권 대출을 받고 부족한 금액만큼을 저축해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세입자들은 자금능력이 없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최근 주택시장이 거래절벽에 빠지면서 서울 내에서도 전셋값이 하락하는 곳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세입자 성 모씨는 “전세보증금에서 계약금 10%도 먼저 내어주는 게 관례인데 이것도 거절당했다”면서 “이러다 집주인이 만기일에 전세보증금을 전액 못 내어줄까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년 7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강북 14개 구 평균 전세가격이 마이너스 0.01%를 기록하며 하락전환했다. 한강 이남 11개구는 보합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매와 전셋값의 동반 하락세가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과 함께 대선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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