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대신해 피해 여성에 합의금 20만원 줬는데…"왜 많이 줬냐" 욕설
복수심에 3년 뒤 흉기 범행…피해자 대인기피증으로 정신과 치료
지인 B씨에게 흉기에 찔려 병원에 입원 중인 A씨.(A씨 제공)© 뉴스1
"끝까지 니 쫓아가서 죽일 거다."
2018년 8월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한 주점. 동네 지인과 술을 마시던 A씨(66·남)는 갑자기 가게 안에 들이닥친 B씨(74·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A씨는 B씨를 피해 근처 편의점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몇분 뒤 B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까 때린 거 사과하고 싶은데, 어디 있나?"
편의점 앞 테이블에 있다고 말하자 B씨는 전화를 끊고 곧장 편의점으로 달려와 소주병으로 A씨의 머리를 내려쳤다.
이들 사이에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 A씨와 B씨는 가끔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사이다.
문제가 생긴 건 2018년 5월부터다. B씨가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여성 손님을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피해 여성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금전 문제로 합의하지 못하자 A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피해 여성에게 합의금 20만원을 쥐여 주며 B씨를 대신해 합의까지 이끌어냈다. 그런데 B씨는 "10만원만 주면 될 것을 왜 20만원이나 주냐"며 고마워 하기는커녕 원망 섞인 욕설만 내뱉었다.
이후 B씨는 동네 주민들에게 A씨를 흉보며 앙심을 품기 시작했다. A씨는 반복되는 악소문을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고, B씨는 특수폭행 및 모욕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3년 뒤 동네 편의점 앞에서 이들은 우연히 다시 마주쳤다. 주변 지인들과 함께 섞여 편의점 앞 탁자에서 술을 마시던 중 B씨는 순간 화가 치밀어 A씨를 쓰러뜨린 후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그동안 쌓인 분노를 참지 못한 그는 편의점에 들어가 22cm 길이의 과도를 사 "저XX 내가 죽인다"고 소리치며 달아나는 A씨를 뒤쫓아갔다.
A씨의 왼쪽 눈이 흉기에 찔려 크게 다친 모습.(A씨 제공)© 뉴스1
B씨는 A씨를 붙잡고 눈, 귀 어깨, 손목 등 신체 가릴 것 없이 마구 찔러댔다. 다행히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A씨는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그는 경찰 앞에서 "(감옥에서) 나와서라도 저놈 죽일 거다. 못 죽여서 한이다"고 소리를 쳤다.
이 사건으로 A씨는 대인기피증이 생겨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 등 현재까지도 극심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재판에서 B씨는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사건 당시를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재판장 염경호)은 "피고인은 과도를 구입한 사실 등 범행 당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공격 부위와 범행 도구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장기간 교정시설에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수술을 받은 후에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고,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살인을 계획한 것은 아니고,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만나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