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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낮아 중환자 병상 여유… 당국, 2년만에 방역전환 첫 언급
일각 “섣부른 낙관 메시지” 지적도… 먹는 치료제, 50대 이상에도 처방

 

4일 대구 수성구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자가진단키트 품절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전날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자가진단 위주로 바뀌면서 편의점 자가진단키트 판매량이 한 달 만에 10배 이상으로 급증하며 편의점과 약국에서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뉴시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절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4일 밝혔다. 정부가 ‘독감 방역’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치명률은 낮아 중환자 병상에 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섣불리 낙관적인 메시지를 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회의에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 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기로 했다. 향후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의료체계 여력과 치명률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등 일상 회복을 다시 추진한다는 뜻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최대한 추가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없이 이번 유행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거리 두기(사적 모임 6명, 영업제한 오후 9시)는 20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4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가 2만7443명으로 2주일 만에 4배 가까이로 폭증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4일에도 전일 대비 동시간대 확진자가 폭증해 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만 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방역 상황이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그 사이(20일 이전)에라도 (거리 두기를) 조정할 것”이라며 방역 조기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7일부터 전국에서 이른바 ‘셀프 역학조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역학조사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건소 홈페이지 등에 인적 사항, 기저질환, 동거 가족 등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7일부터 50세 이상도 고혈압 당뇨 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가 충분한 대비 없이 ‘독감 방역’을 거론해 방역 긴장감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네 의원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받는 체계를 도입한 지 이틀째인 4일에도 참여 의료기관이 325곳으로 목표치(4000곳)에 턱없이 못 미치고, 코로나19 입원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독감처럼 관리’ 첫 언급… 정점 꺾이면 자가격리 안할수도



정부 “일상적 방역체계 전환 검토”… 확진자 스스로 셀프 역학조사
모니터링 축소 등 독감방역 닮아… 정부, 오미크론 유연 대응 시사
“해외도 ‘정점’ 확인후 단계적 완화”… 전문가 “오미크론 꺾여야 가능”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계절 인플루엔자(독감)와 유사한 일상적 방역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미크론 변이’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취지이지만 자칫 ‘코로나19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독감 유행 땐 검사-역학조사 생략

정부는 이날 ‘독감과 유사한 방역체계’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현행 질병관리청 독감 관리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와의 가장 큰 차이는 ‘강제 자가격리’다. 코로나19 확진자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독감에 걸리면 열이 내리기 전까진 집에서 쉬는 게 권고사항이지만 어겨도 법적인 제재는 없다. 실내 마스크 착용도 의무가 아니다. 독감 백신의 경우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만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유행 시 진단 검사나 역학조사를 생략한다는 점도 다르다. 독감의 경우 표본 감시에서 확진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유행주의보를 발령해 진단 검사 없이도 ‘타미플루’ 등 먹는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정부가 3일부터 지정된 동네의원에서 코로나19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무증상 재택치료 환자의 모니터링 횟수를 하루 2회에서 1회로 줄인 것은 ‘독감 방역’에 한 걸음 가까워진 형태다. 7일부터 ‘셀프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가 스스로 인적 사항과 동거 가족 등을 입력하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100%가 되면 확진자 수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별 의미가 없어지고 독감에 준해 대응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유행 정점 확인해야 방역 완화 가능”

다만 이 같은 방역체계 전환은 아무리 일러도 현재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찍고 신규 확진자가 줄기 시작한 후에야 가능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0.16%)은 델타(0.8%)의 5분의 1이지만 전파력은 델타 변이보다 2∼3배 강해 전체 입원 환자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1주일(1월 29일∼2월 4일) 국내 신규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7908명으로 직전 1주일 5887명보다 34.3% 증가했다. 의료 현장에선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가 음압 분만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이달 말 하루 확진자를 10만 명 수준으로 내다보는 만큼 ‘병상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영국 등 해외에서도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을 확인한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방역을 완화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먹는 치료제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역학조사와 무료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은 상당히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도 크게 유행하면 인공호흡기가 모자랄 정도로 중환자가 많이 생긴다. 지금 ‘독감 방역’을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다”라고 지적했다.

○ 거리 두기는 2주 연장

정부는 사적 모임을 6명까지 허용하고 식당 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한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를 2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최근 중환자 규모와 병상 가동률을 기준으로 하면 거리 두기 완화 조건에 해당하지만, 최근 확진자 폭증세를 고려한 결정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독감처럼 코로나19 거리 두기도 개인의 자율과 책임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는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청와대까지 행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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