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이 남자에게 자유를

by 민들레 posted Feb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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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렬 in 싱가포르] 미얀마 군부에 의해 지금도 시민들이 체포 구금 살해 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싱가포르 대표 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스>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00인"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실렸습니다. 1위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차지했는데 100위 안에 우리가 알 만한 얼굴이 꽤 많습니다. 5위는 <모모랜드>의 낸시, 7위는 <트와이스>의 쯔위, 10위는 가수 나나가 차지했습니다.
 

▲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들
ⓒ TC Candler 유튜브 화면


 
그렇다면 이 순위는 누가 정하는 걸까요? 미국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의 한 영화 평론가인 티씨 캔들러(TC Candler)가 1990년부터 자신의 웹사이트 <더 인디펜던트 크리틱스(THE INDEPENDENT CRITICS)>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00"이라는 이름으로 순위를 올리면서 작게 시작된 겁니다.
 
이후 유튜브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이 순위를 보게 됐고, 지금은 매년 발표할 때마다 여러 연예매체가 보도를 할만큼 잘 알려진 순위가 되었습니다. 티씨 캔들러와 회원들이 매년 약 10만 5000명의 여성 유명인 중에서 독자들의 의견을 모아 선정한다고 합니다. 유튜버가 대선주자를 검증하고, 미인대회를 여는 그런 시절입니다.
 
순위가 인기를 모으자 2013년부터는 잘생긴 남자 순위도 함께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발표된 순위에는 영화 <인피니트 워>에서 토르 역으로 잘 알려진 호주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가 2위, <방탄소년단>의 뷔가 3위, 영화 <듄>에 출연한 미국 배우 티모시 살라메가 4위, 또 다시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5위입니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로 선정된 사람은 누구일까요? 미얀마의 배우 파잉 탁콘이 그 주인공입니다. 일단 사진부터 먼저 보겠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로 뽑힌 미얀마의 파잉 탁콘
ⓒ TC Candler 유튜브 화면


 
분명 잘생겼습니다. 1996년생인 탁콘은 미얀마와 태국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배우, 가수, 모델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고, 미용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합니다. 한때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고, 태국 주재 미얀마 관광홍보 대사로 위촉되기도 한 그는 동남아에서 가장 유명한 톱스타입니다.
 
다른 사진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이 사내는 지금 미얀마의 감옥에 있습니다.
ⓒ TC Candler 유튜브 화면


 
역시 멋지게 잘 나온 그의 사진 옆으로 "FREE THIS MAN!"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그에게 자유를 주라는 주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로 뽑힌 그가 지금 어디에 있기에 이런 주문을 하는 걸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탁콘은 미얀마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자 세계적으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해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발하자 적극적으로 반쿠데타 시위에 참여하게 됩니다. 시위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팔로어가 100만이 넘는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80년대 군부독재타도 시위에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미얀마 군사 정부는 그런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당장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그를 선동 혐의로 체포했고, 8개월이 지난 12월 28일 재판을 통해 결국 징역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세계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로 뽑힘과 동시에 징역형도 받았습니다.
 

▲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 파잉 탁콘
ⓒ 인스타그램 파잉 탁콘 팬페이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맞선 유명인의 사례가 탁콘만 있는 게 아닙니다. 미얀마의 유명 여배우 마이 토에 킨, 유명 코미디언이자 감독인 마웅 뚜라, 국제미인대회에 미얀마 대표로 참가해 군부에 의해 살해되는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한 레이 등 최소 60여 명 이상의 유명 연예인 및 예술인이 군부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실제로 구금 상태에 있습니다. 미얀마의 자유를 위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많은 유명인들이 앞장 서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상황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는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1384명 이상이 숨지고 1만 1289명이 체포·구금됐다고 합니다. 탁콘 역시 그 중 한 명입니다. 그에게 자유를 되찾아 주는 것이 곧 1만 1289명의 미얀마 시민들에게 자유를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이 사내가 자유를 되찾게 되길 기원합니다.

"이 사내에게 자유를, 미얀마에 자유를."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