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으로 활동하며 우크라이나인 40명의 목숨을 빼앗은 여성 저격수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고 하는데요.
외신 보도를 보면 이리나 스타리코바(암호명 Bagira)라는 여성 저격수가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서 상처를 입고 붙잡혔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26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를 확인했습니다.
스타리코바는 우크라이나 매체에 "러시아군은 내가 다쳤다는 것을 알고 구할 기회가 있었지만 떠나버렸다"며 "내가 죽기를 바랐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2014년부터 친러분리주의 세력의 일원으로, 제11특수작전부 소속 저격수였다고 합니다.
스타리코바는 현재 41살로, 11살과 9살 난 딸을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벨라루스 출신의 군인으로, 역시 친러시아 분리주의 무장세력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28일 우크라이나 당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25명을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국경 근처에서 체포했다고 밝혀 눈길을 끄는데요. 이들은 러시아 비밀경호국이 이끌던 암살단이라고 합니다.
한편, 러시아는 구소련 당시인 제2차 세계 대전 중 여성 저격수 2천여 명을 배치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당시 러시아 여성 저격수들의 활동은 노벨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The Unwomanly Face of War)'에 기록돼 있을 정도입니다.
주목할 점은 구소련 연방 소속이었던 우크라이나가 역사상 최고의 여성 저격수라고 할 수 있는 류드밀라 파블리첸코의 나라라는 겁니다. 류드밀라는 2차대전 때 세바스토폴 공방전 등에서 10개월 동안 독일군 309명을 사살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죽음의 숙녀'(Lady Death)라는 별명을 얻고 독일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이외에 우크라이나 출신은 아니지만 루드밀라에 버금가는 로자 샤니나라는 여성 저격수도 있습니다. 소련의 아르한겔스크 출생인 그녀는 2차 세계대전 중 오빠가 전사하자 자원입대해 1944년 4월 초부터 저격수로 나서 1945년 1월 28일 동프로이센 공세 작전 중 전사할 때까지(21세) 9개월여 동안 적군 59명을 사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격수는 눈에 띄기 어려운 색깔의 옷이나 위장복을 입고 그 위에 식물을 잔뜩 붙인 위장복인 길리 슈트(ghillie suit)를 추가로 걸치거나 아예 식물을 온몸에 감는 등의 방법을 활용합니다. 색맹이 없어야 하고 나안 시력도 2.0 이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엎드린 자세로 생리현상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저격수는 지적 능력도 탁월해야 하는데 탄도학, 무기의 특성 및 판별 능력 및 조작, 각종 기기의 조작 및 운영 능력, 탁월한 독도법이 밑받침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러시아군 장성들의 사망이 잇따랐는데요. 지난 3일 외신들은 러시아 중부군사령부 제41연합군 부사령관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소장이 우크라이나 저격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수코베츠키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한 이래 사망한 최고위 러시아군 관계자였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침공을 앞둔 지난 1월 말 30여 초 분량의 저격수 훈련 영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던 조처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이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대도시에서 본격적인 시가전을 벌일 경우 우크라이나 저격수들 때문에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