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장 등 승무원 3명 사망·실종
8일 오전 1시32분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남서쪽 약 370㎞ 해상에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대 소속 헬기(S-92)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추락한 헬기와 같은 기종인 S-92 헬기
제주 마라도 남쪽 해상에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헬기가 추락해 부기장 등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이번 사고는 대만 해역에서 실종된 한국인 탑승 선박 수색에 나설 구조대원들을 해경 경비함에 내려준 뒤 제주공항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8일 오전 1시32분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남서쪽 370㎞ 해상에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부산항공대 소속 헬기(S-92)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사고 헬기에는 승무원 4명이 탑승했다. 이 중 부기장인 정두환(51) 경위와 전파탐지기를 조종하는 전탐사 황현준(28) 경장이 숨졌다. 정비사인 차모(42) 경장은 실종됐다. 기장인 최모(47) 경감은 사고 발생 15분 만에 해경 경비함 3012함에 구조됐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헬기는 마라도 인근 해상에 있던 경비함 3012함에 중앙특수구조대원 6명을 내려준 뒤 이륙 후 다시 제주로 돌아오다가 발생했다”며 “이륙 직후 30~40여 초 만에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졌고 경비함에서도 추락 상황을 목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헬기는 대만 해역에서 실종된 예인선 ‘교토 1호’ 구조에 투입될 해경 경비함 3012함에 중앙특수구조대원 6명을 데려다 주는 임무를 맡았다. 교토 1호는 지난 7일 오전 9시50분쯤 대만 서쪽 18해리(약 33.3㎞) 해상에서 대만 측에 조난 신호를 보냈다. 외교부는 “대만 해상수색 당국은 7일 오전 교토 1호로부터 조난 신호를 접수하고 우리 정부에 통보해 왔다”며 “교토 1호는 시에라리온 선적이지만 선원 6명은 모두 우리 국적”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교토 1호는 부속선인 교토 2호를 예인해 부산항에서 인도네시아 바탐항으로 항해하던 중이었다”며 “교토 2호는 현장에서 발견됐으나 교토 1호는 실종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대만 당국은 조난 신호 접수 직후 현장에 경비함과 헬리콥터를 투입해 수색을 진행했다. 우리 해경은 교토 1호 선원 6명을 수색하기 위해 경비함 3012함을 수색 작전에 투입했다.
구조된 기장 병원으로 이송 - 8일 새벽 제주 마라도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헬기 추락 사고에서 구조된 헬기 기장 최모(47) 경감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날 사고로 부기장 등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구조된 최 경감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고 헬기는 중앙특수구조대원 6명을 태우고 7일 오후 9시15분쯤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뒤 제주공항을 거쳐 8일 0시53분쯤 3012함에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을 내려주고 항공유를 보충한 뒤 복귀를 위해 이륙했지만, 해상으로 추락했다.
해경은 추락한 헬기에서 블랙박스 등을 확보한 뒤 추락 원인 분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해상에는 초속 2~4m의 남동풍이 불었고, 파도 높이 1m, 시정거리 약 9.3㎞로 기상 상황은 양호한 편이었다. 박제수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은 “헬기 동체를 인양하는 대로 블랙박스 등을 확보할 것”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가 끝나는 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기체 결함, 정비 불량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추락한 헬기는 미국 시코르스키사(社) S-92 기종으로 2014년 도입됐다. 국내에는 공군 3대와 해경 2대 등 모두 5대가 도입됐고, 사고 이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고 헬기는 지난 3월 6일 항공기 비행관리시스템 부품이 고장 나 정비를 받는 등 최근 4년간 28건의 결함이 발생해 정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동료들과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순직한 황현준 경장은 내년에 결혼을 앞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황 경장의 아버지는 “아들이 오래 만난 여자친구와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며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 경장은 해군 부사관 출신으로 2019년 해경에 임용됐다. 동료들은 황 경장이 항공대 내에서 시설 관련 업무를 전담한 유능한 인재였다고 입을 모았다.
항공대 동료들은 구조된 기장 최모 경감과 숨진 부기장 정두환 경위는 베테랑 조종사라고 전했다. 최 경감은 헬기 비행 시간이 3155시간에 달하며 사고 헬기인 S-92도 328시간 비행했다고 한다. 정 경위도 헬기 비행 시간이 3238시간에 달할 정도로 경험 많고 유능한 조종사였다고 한다. 남해해경청 한 관계자는 “정 경위는 해경에 들어온 후에도 일과 학업을 병행해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을 만큼 자기 발전에 힘쓰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남해해경청은 숨진 정두환 경위와 황현준 경장의 빈소를 부산시민장례식장에 마련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