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좋은 시절 끝났다…180도 달라진 국토부 대응

by 민들레 posted Jun 05,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불법행위에는 끝까지 책임 물을 것"
민노총 7월 '하투'에 尹정부 시험대



국토교통부가 7일 총파업에 들어가는 화물연대에 “집단운송거부 철회를 촉구한다”며 단호한 대처를 예고했습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에도 총파업에 나섰지만 당시 국토부는 가치 판단 없이 비상수송대책을 발표하는 데 그쳤습니다. 화물연대는 왜 파업에 나선 것인지, 그럼에도 국토부는 왜 이를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 비판하는지, 지난해처럼 똑같이 명분 없는 파업인데 국토부의 대응이 왜 180도 바뀐 것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화물연대 “안전운임제를 확대하라”

이번에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가는 이유는 지난해 11월과 같습니다. 화물기사의 최저임금 격인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하고 오히려 적용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것이 주된 요구사항입니다. 2020년에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원래대로라면 올 연말 일몰을 맞아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최근 경유가가 전국 평균 2000원대를 넘어선 점을 들어 “유가 폭등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안전운임이 시행되는 일부 품목은 유가 연동 적용으로 인상된 유가만큼의 운송료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안전운임 적용을 받는 화물노동자는 전체 42만 명 중 2만 6000여 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돌입 이전에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했다”며 “그러나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고 총파업 사유를 밝혔습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부근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 “TF 꾸려놨더니 갑자기 파업?”

화물연대의 말만 놓고 보면 총파업에 명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토부의 설명은 다릅니다. 국토부는 3일 ‘집단운송거부는 해법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내고 “정부가 화물차주 근로여건 개선과 화물운송사업 구조개혁 방안 등을 화물연대와 함께 논의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집단운송거부 결정을 내린 화물연대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겁니다. 국토부는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토론회’를 연 데 이어 이달 초부터 ‘안전운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안전운임 관련 요구 사항을 논의해보자고 판을 깔아줬더니 갑자기 파업에 나서는 화물연대의 결정이 황당하다는 뉘앙스가 읽힙니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한 유류비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영업용 화물 운전자에 지급하는 유가보조금 외에 지난달부터 ‘유가연동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서는 그 금액과 기한도 확대했습니다. 국토부는 지입제 등 화물운송업계의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국토부-화물연대 월례협의회’, ‘화물운수업계 협의체’ 등을 통해 지속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불법으로 운송 방해하면 ‘면허 취소’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명분 없는 파업’으로 규정한 국토부는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출입구 봉쇄, 차량 파손 등으로 정상적으로 운송을 수행하는 다른 화물차주의 운송을 방해하는 경우 경찰과 협조해 초기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며 “무관용 원칙에 따라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불법적인 교통·운송 방해를 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고, 업무 개시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토부의 이러한 대응은 화물연대가 지난해 11월 총파업에 나섰을 때와 확연히 대조됩니다. 당시 국토부는 ‘화물연대 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 시행’이라는 제목으로 2페이지짜리 자료를 내고 △자가용 화물차 유상운송 허가 △운휴차량 및 군위탁 컨테이너 화물차 투입 △대체수송차량 확보 지원 계획 등을 밝히는 데 그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尹정부 ‘친기업’ 기조에 발맞추는 국토부

국토부의 태도가 180도 바뀐 데는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기조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물류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는 시점에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국가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국내 경기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수출입화물 수송 차질을 초래해 국가 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제계에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현 시점을 고려해 파업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수출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의 ‘3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의 육상운송 거부는 더 큰 부담을 줄 전망”이라며 “수출품 운송 차질은 납기 지연 등 해외 바이어와의 계약 위반 원인이 돼 손해배상 외에도 기업의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려 피해를 산술적으로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7월 2일 전국노동자대회에 6만 명 이상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도 7월 중순 ‘20만 총파업’을 계획 중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을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