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아이가 목줄 없이 돌아다니던 개에게 습격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개에게 물리고 있는 아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친 시민을 두고 네티즌들이 여러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8세 남아가 개에게 습격당해 입원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개에게 습격당한 아이의 고모 부탁으로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많은 분이 이 글과 동영상을 보고 견주로서의 책임감과 성인으로서의 약자를 구할 용기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검은색 개가 한 아이를 공격하고 있다.
A씨가 공개한 지난 11일 자 CCTV 영상에 따르면 검은색 개가 책가방을 메고 있는 한 아이를 전속력으로 쫓았다. 아이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이내 넘어졌고, 개는 아이에게 달려들어 아이의 목과 팔·다리 등을 물었다. 아이는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몸집만 한 개를 떼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산 쓴 여성이 등장했지만, 해당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할 뿐 멀찍이 돌아서 가던 길을 갔다. 이후 근처를 지나던 택배기사가 아이를 발견하고 짐수레를 던지며 개를 내쫓았다.
해당 택배기사는 SBS ‘비디오머그’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배달하고 내려오는데, 애가 완전히 대(大)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가 흐르는데 시커먼 개가 애 몸을 물고 막 흔들고 있더라”며 “개가 물어뜯는 게 아니고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영상과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여러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그냥 지나쳐버린 시민을 나무랐다. 이들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 “신고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주변 사람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해주지 그랬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괜히 도와줬다가 더 다칠 수도 있다” “나이 있어 보이는 여성이 해당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하냐” “개 주인만 나무라면 된다. 애먼 사람에게 화살 돌리지 말아라” 등 해당 의견에 반박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택배 기사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은 구했습니다만, 그 전에 기회가 있었음에도 안타깝게 기회를 놓쳤다”며 “많이 두려우셔서 아이의 살려달라는 외침에도 돌아서실 수밖에 없었을 거라 사료되지만, 혹시나 같은 상황이 본인의 눈앞에 벌어진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셔서 아이부터 구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적었다. 이어 “자신의 아이라고, 그게 내 아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조금 더 용기를 내셔서 선의를 베푸는 어른이 되셨으면 한다”며 “이 글과 동영상을 보고 견주로서의 책임감과 성인으로서의 약자를 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15일 경찰은 해당 개에 대해 안락사 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견주가 개에 대한 권한을 포기했고 추가 인명 피해가 우려돼 안락사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한 사고가 난 아파트 주변에 거주하는 70대 견주는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됐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