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에 ‘에이즈 시대’ 다시 오나”…美동성애자들 ‘불안’

by 민들레 posted Aug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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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원숭이두창, 동성애 반대 움직임 고개 드는 시점에 발생”
“‘난잡한 성관계서 비롯’ 일각의 인식 때문에 사회적 낙인 우려”
“80년대 에이즈 창궐 때처럼 성소수자 혐오·차별 커질 수 있어”

 

성소수자 축제 관련 물품 판매하는 뉴욕 맨해튼의 상점. AFP 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 동성애자들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1980년대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이 창궐할 때처럼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숭이두창 자체는 에이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난잡한 성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일각의 인식 때문에 감염자들이 사회적 낙인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5월17일 미국 내에서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첫 환자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거의 5200건의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면서 환자의 압도적 다수는 동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들이었다.

WP는 원숭이두창 자체는 에이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미국 내에서 동성애 반대 움직임이 고개를 드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동성애자 인권 활동가 에릭 소여(68)는 “동성애자 공동체에서 원숭이두창 같은 질병이 대유행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에 대한 직접적이고 계획적인 공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의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는 80년대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의 여파로 도시 전체가 피폐해졌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260명을 넘어 캘리포니아주 감염자의 30%를 차지하면서 백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시위대가 원숭이두창 백신을 요구하는 모습.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실제로 미국에서는 최근 일부 주에서 이른바 반(反) 성소수자법이 시행되고, 성소수자를 겨냥한 폭력과 위협이 급증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원숭이두창은 붉은색이나 보라색의 육종이 피부에 발생하는 에이즈와 비슷하게 발진과 수포 등 외견상 쉽게 구별되는 증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미국 동성애자들은 에이즈 시대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도록 자극받고 있다.

최근 미국 성소수자 밀집 지역에서는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피부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지역은 동성애자 남성이 질병을 퍼뜨린다며 거리에서 야유를 받는 사례도 보고됐다.

원숭이두창 백신을 맞으러 온 동성애자 남성들이 의자 등 기물을 사용할 때마다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소독을 한다. 감염 의심자에게는 혈액검사 등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조처와 관련해 미국 동성애자들은 “마치 80년대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엔시노의 한 원숭이두창 예방접종소에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엔시노=AP/뉴시스


실제로 원숭이두창에 걸린 동성애자들은 상당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올해 6월 중순 확진 판정을 받은 워싱턴DC의 한 감염병 전문가는 병변 부위에 심한 통증을 겪었을 뿐 아니라 “낙인과 수치심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 감염이 난잡한 성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일각의 인식 때문에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성소수자라는 특정 집단에 낙인을 찍는 대신 원숭이두창으로부터 안전한 성관계 방법을 알리는 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성소수자 일각에선 동성애자가 원숭이두창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적절한 대응이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이즈 활동가 마크 S. 킹은 지난달 19일 공개한 ‘원숭이두창은 동성애자 사안이다. 우린 그걸 말해야 한다’ 제하의 에세이에서 “낙인과 비판, 동성애 혐오가 있을 것이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중대한 사실을 모호한 메시지로 묻어버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