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고 연쇄 폭발…민간인 2명 다치고 2천명 대피, 철로도 손상
영 "러 흑해함대 극단적 방어태세…우크라군, 다른 지역서 병력 가용성 높아져"
크림반도에서 1주일 만에 또다시 폭발 사건
(잔코이 타스=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 지역의 탄약고에서 파괴공작으로 인한 폭발이 발생했다. 2022.8.16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공군 비행장에서 의문의 폭발이 발생한 지 1주일 만에 이 지역 탄약고가 폭발했다고 16일(현지시간) 타스,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 주 폭발 때는 부주의로 인한 사고였다고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보타주 공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6시 15분께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 지역의 마이스케 마을에 있는 군부대 임시 탄약고에서 불이 났다"며 "화재로 보관 중이던 탄약이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후 추가 발표에서 "사보타주로 인해 군용 창고가 손상됐다"며 "다수의 민간시설, 전력선, 발전소, 철로, 주거건물이 부서졌다"고 밝혔다.
탄약고 폭발 이후 대피하는 크림반도 주민들
(잔코이 타스=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 지역의 탄약고에서 파괴공작으로 인한 폭발이 발생한 뒤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2022.8.16
크림 행정부 수반인 세르게이 악쇼노프는 "민간인 2명이 다쳤으나 중상자는 없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했다.
어떤 형태의 사보타주인지에 대한 보도는 없으나,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국영 언론은 소형 드론을 이용한 공격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자국이 지배하는 영토 내 군사시설 등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충성하는 무장 그룹에 의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폭발 이후 주변 변전소에서도 불이 나면서 인근 주민 2천여명이 폭발 반경 5㎞ 밖으로 대피했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폭발 사고와 뒤이은 변전소 화재의 여파로 철도망이 영향을 받아 7개의 여객열차가 지연됐고 크림반도 북부 지역의 철도 교통이 일부 중단됐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에는 여러 차례의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주위를 뒤덮은 모습이 찍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사고 이후 트위터에 "정상 국가일 때인 크림반도는 흑해와 산과 휴양이 있는 지역이었지만,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창고 폭발과 함께 침략자와 도둑의 사망 위험이 높은 곳이 됐다"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트위터 말미에 "(크림반도의) 비무장화가 진행 중"이라고 썼다. 비무장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를 설명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이날 크림반도 중부지역의 한 공군 기지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은 전했다.
[그래픽]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잇단 폭발 발생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내 공군 비행장에서 의문의 폭발이 발생한 지 1주일 만에 이 지역 탄약고에서 또 화재로 인한 폭발이 발생했다고 16일(현지시간) 타스,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뒤 주민투표를 거쳐 자국령으로 편입한 지역으로, 러시아는 크림반도가 공격당할 경우 '심판의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일에도 크림반도 내 사키 공군 비행장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했다.
사고 직후 크림 행정부는 단순 취급 부주의로 사고가 났고 탄약 외에 파괴된 전투기나 군 장비는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공개된 인공위성 사진에서는 군용기 9대가 파괴된 모습과 함께 정밀 타격의 흔적이 다수 확인됐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사고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장거리 무기 또는 특수부대를 활용한 작전이었다는 고위 관계자들의 비공식적 언급이 나왔다.
영국 국방부는 정보 업데이트에서 최근 러시아 흑해 함대가 거의 해안선 밖으로 나가지 않는 등 극단적인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러시아 함대의 운용이 제한됨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