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中도 가뭄 몸살 전 세계 곳곳이 40도를 넘나드는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5일 미국 뉴멕시코주 엘리펀트뷰트 저수지 물이 마르며 잠겨 있던 암벽이 햇볕에 노출돼 하얗게 변하는 ‘욕조 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른쪽 사진에서는 중국 충칭시 남서부 윈양현의 양쯔강 바닥이 16일 훤히 드러난 채 메말라 갈라져 있다. AP AFP 연합뉴스
■ 에너지·식량 기근 심각
英, 10월 가구당 에너지 요금
現 1971파운드서 3582파운드
獨, 올해 가스값 전년比 ‘3배’
장바구니 물가↑ 실질임금 ↓
돈 아끼려 식사 건너 뛰기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며 유럽에 혹독한 겨울이 예고된다.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가격이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며 영국과 독일 등 주요 국가의 에너지 가격이 겨울까지 2~3배 상승할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가구에서는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는 후진국형 재난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1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콘월 인사이트는 영국의 가구당 에너지 요금 상한이 현재 연 1971파운드(약 312만 원)에서 10월 3582파운드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 1월에는 4266파운드로 현재의 배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정부는 2019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에너지 요금 상한을 도입하고 단가를 반영해 이를 주기적으로 조정한다. 요금 상한이 높아졌다는 것은 소비자가 낼 수 있는 에너지 요금 최고액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 가스공급 업계들의 합작회사인 트레이딩허브유럽(THE)은 10월 1일부터 가스를 쓰는 기업과 가정에 킬로와트시(㎾h)당 2.4유로센트(약 32원)의 부담금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일 가스 가격 비교 포털 체크24는 이 경우, 지난해 연간 1301유로(약 173만 원)를 냈던 4인 가구가 올해는 3배에 달하는 3991유로를 내게 된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펴왔던 독일 정부는 겨울 에너지 대란을 대비하기 위해 남아있는 원전 3기의 수명 연장을 긴급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에너지 대란은 러시아의 보복성 가스 공급 축소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서방이 각종 제재안을 내놓자 에너지 공급을 볼모로 삼고 있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경우 현재 전체 공급량의 20% 수준만 가동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이날 “유럽 가스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추가로 60% 이상 급등해 유럽 소비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스프롬의 으름장에 네덜란드TTF 거래소에서 가스 가격은 전날보다 최대 10% 오른 메가와트시(㎿h)당 251유로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영국 시장조사업체 칸타르는 지난달 영국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11.6%에 달해 200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연쇄 파급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성인 6명 중 1명은 지난 6개월간 돈을 아끼려고 정기적으로 끼니를 건너뛴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으로 2분기 영국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 2001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