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 감마선 분광기로 자원 탐사 예정
헬륨-3 등 가치 높은 자원 풍부, 국제 사회가 주목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앞둔 지금 달 진출해야 제 몫 찾는다"
미국의 아폴로 달 탐사 당시 현지에서 촬영된 사진. 출처=NASA.
"달에는 70억 인류가 1만년 동안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헬륨-3’를 비롯한 많은 자원들이 매장돼 있다."
지난 5일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 발사로 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 달 기지 건설과 광물 채취 등 경제적 활용은 여전히 먼 얘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 공동 우주 개발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달 기지 건설과 화성 개척을 염두에 두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면서 국제 사회에선 이미 ‘곧 다가올 미래’로 여기고 있다. 덕분에 한국이 다누리 탑재 감마선 측정기를 통해 작성될 달 표면 자원 지도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다.
◇ 달은 지구의 광산이 될까?
컴퓨터와 인터넷, 배터리, 우주 개발 등 첨단 산업이 발전할수록 희귀 자원은 국가의 최대 자산이 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맞서 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전세계 매장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일 것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적자 기조로 전환한 것엔 배터리 등의 소재인 희토류 수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와 석탄 등 주요 에너지ㆍ연료 자원들도 마찬가지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의 자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달에는 인류의 생명 자원인 산소가 충분히 매장돼 있다. 달 표토의 45%가 산소로 구성돼 있을 정도다. 이론적으로 이를 100% 전환할 수 있다고 치면 달 표토 1㎥당 약 630kg의 산소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성인 1명이 2.1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달 표토층에 약 110만t(추정 채굴 가능량)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헬륨-3가 관심을 끌고 있다. 헬륨-3는 방사선 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핵융합 청정에너지원이다. 인류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가치가 매우 높은 에너지 자원으로 꼽힌다. 달의 헬륨-3 매장량은 110만t이다. 70억 지구인들이 약 1만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t의 헬륨-3의 경제적 가치는 약 30억달러로 예측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의 헬륨-3를 채굴해 지구로 가져와서 발전소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게 되면 모든 비용을 감안해도 경제성이 82배 이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달의 표토층에 포함된 희토류들은 지구보다 상대적으로 농도가 높아 특정 희토류의 경우 지구에 가져와 사용할 수도 있다. 달의 바다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티타늄이나 지구만큼이나 흔한 철광석 등은 달 현지에서 기지 구축 등을 위한 구조물 제작에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의 아폴로 달 탐사 당시 촬영된 사진. 출처=NASA.
◇ 다누리의 감마선 분광기, 달 자원 안내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이 제작했다. 달 표면에서 측정되는 감마선 분광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원소 지도를 만든다. 즉 원소마다 각기 특정한 에너지의 감마선이 방출되는 특성을 이용해 그 특정 감마선 에너지에 해당하는 영역을 조사해 달 전체의 원소 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감마선은 우라늄(U), 토륨(Th) 등 자연방사선원소에서 생성된다. 또 우주선(cosmic-ray)이 달 표면에 부딪히면 이 때 달 표면 구성원소들과 반응해 이차 중성자들이 생성되는데 이들 중성자가 에너지가 큰 경우는 비탄성충돌 반응으로 그 주변원소들과 핵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이 때 생성된 특정원소에 해당되는 감마선에너지가 방출된다. 만약 중성자의 에너지가 낮은 경우는 중성자 포획반응을 주변 원소들과 일으키면서 이 때 생성되는 특정 원소에 해당 되는 감마선 에너지가 방출되기도 한다. 이 3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감마선은 달 궤도 100km 상공에서 측정이 가능하며 감마선 스펙트럼으로 측정이 된다.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 상상도.
◇ 달 현지자원활용(ISRU) 기술
달에 진출하기 위해 세계 우주 강국들은 ISRU (In-Situ Resource Utilization)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달 현장에서 자원을 조사해 규모를 산정하는 한편, 현지에서 자원을 추출하고 필요한 소모품을 생산해 착륙한 곳에서 필요한 물자들을 현지에서 조달해서 사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NASA는 ▲ 자원탐사와 조사 ▲자원의 획득 ▲자원처리와 소모품 생산 ▲현지에서의 생산 ▲현지에서의 건설 ▲ 현지에서의 에너지 생산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달 현지에서 생명 유지에 필요한 산소ㆍ물을 추출해 활용하고, 수소를 뽑아내 모빌리티를 움직이고 로켓의 추진체 연료로 사용한다.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비료도 모두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 금속, 비금속 광물자원을 채취해 현지에서 건측재료를 만들거나 시멘트, 태양전지, 비료 등으로 활용 될 수 있다.
즉 외계 천체(달, 화성, 소행성 등)에서 발견되거나 제조된 현지의 자원을 수집, 처리, 저장 및 사용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물, 산소, 태양전지, 건축자재, 발사체 연료 등을 생산하는 시설과 시스템을 일컫는다.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가능해야 인류의 달 표면 생존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
◇ 채굴은 어떻게?
달 표면 광물 채굴은 먼저 어떤 성분이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채굴 장비는 현재로선 샘플 채취를 위한 용도로 개발되고 있다. 채취하기 전에 자원을 조사하는 분광기, 땅 속의 자원을 채취하는 드릴로 구성된다. 대량의 자원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채굴 목적의 차량 등 지구에서 광산 개발하는 경우와 유사한 장비들이 필요하다. 다만 달의 경우 지구처럼 암석을 부수기 보다는 표토층의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광산 개발의 양상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달 극지방의 경우는 영구동토로 극저온에서 물과 휘발성 물질과 희귀 금속자원이 많은 곳이라 채굴하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은 중위도 지역과 다를 수 있다. 현재 NASA 등에서 이같은 달에서의 대규모 자원 개발을 준비하기 위한 첫 지상 실험 단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 자원 활용, 경제성이 있나?
달 현지에서 활용될 물, 산소, 수소 등은 당연히 경제성이 매우 높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달까지 실어 나르는 것보다 비용ㆍ효율을 비교할 수 없다. 예컨대 산소 하나만 따지더라도 달 표토 1㎥에서 뽑을 수 있는 산소 687kg을 현재의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약 1조2600억원에 달한다.
한때 소행성 희귀광물 채취 등 외계 광물 채굴 스타트업들이 속속 세워졌다가 비용ㆍ현실성 때문에 문을 닫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개발되고 있는 행성 자원 개발은 ‘차원’이 다르다. 현지에서 필요한 자원을 채취해 활용하자는 목적이다. 특히 미국이 추진 중인 국제 우주 개발 협력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달에서 자원을 개발해 기지를 구축한 후 화성에 진출하는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생명유지 및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체 종류(휘발성물질) 외의 자원 뿐만아니라 고체(금속, 비금속)를 포함한 광물의 현지 활용이 첫번째 과제다. 물론 값 비싼 희귀 광물은 지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김경자 KIGAM 책임연구원은 "올해 우주자원 관련 학회에 참석했을 때 ISRU 관련 산업체들이 국제적으로 증가하고 인력 채용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지구-달-화성의 경제영역권이 생성될 것으로 보이며, (달과 같은)행성자원 개발은 체계적인 기술 개발을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르테미스 달 탐사 상상도. 사진 출처=NASA
◇ 왜 우리는 지금 달에 가야 하나?
현재 NASA는 인류의 두 번째 달 착륙을 준비하기 위해 오는 29일 아르테미스1 미션(무인 달 궤도 왕복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이후엔 유인 탐사인 아르테미스 3 미션이 진행된다. 2030년대부터는 달 기지 건설이 본격화되고, 화성 유인 탐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우주 강국들은 너도 나도 화성 진출을 위해 일단 달에서 생존하고 자원을 확보하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 시점에 우리가 선도적으로 이 대열에 끼지 않으면 우리의 몫(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면서 "우주 자원 개발에 선도할 수 있도록 산학연이 힘을 모으고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경제